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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띠 Jan 23. 2022

너는 너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_사춘기를 겪는 딸에게 쓰는 편지



딸, 안녕! 아빠야.



엄마에게 들어보니 요즘 말 못 할 콤플렉스들로 우리 딸이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던데 아빠가 그런 것도 모르고, 무심했던 것 같아 미안하네. 미안한 맘에 몇 자 적어 아빠 맘을 전할까 하는데 우리 딸이 지루해 않고 천천히 잘 읽어줬음 좋겠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아빠는 어렸을 때 콤플렉스로 힘들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대신에 주변에 콤플렉스를 겪고 있는 친구들은 많았지(웃음). 당시 친구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로 굉장히 힘들어하고, 우울해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친구는 조금 더 잘생기고 이뻐졌고,

성적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친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친구는 오히려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되었고,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친구는 노력해서 남들보다 더 부유해졌.

 


아빠는 옆에서 그런 친구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콤플렉스, 혹은 열등감은 우리를 굉장히 괴롭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구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삶은 늘 우리에게 부족한 방향을 바라보고 흐르는구나, 하는 것들을 깨닫게 된 것 같아.


   

어쨌든 친구들이 하나둘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부러운 마음도 생기더구나. 분명 나보다 못생겼던 친구가 어느 날 보니 훈남이 되어 있고, 나보다 공부를 못 했던 친구가 아빠보다 좋은 대학엘 가 있고, 하는 걸 보니까 말이야.


그런 걸 보면 열등감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인생이 더 좋은 건가 싶다가도, 열등감으로 지새웠던 지난날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잘 알기에 아빠는 선뜻 어떤 삶이 더 낫다고는 못 하겠다.








네가 지금 공부를 잘 못해서,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네 집안 형편이 친구들만 못한 것 같아서(미안!), 하다 못 해 달리기를 못해서, 노래를 못해서, 남자친구가 없어서 등등. 어떤 이유로든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아빠도 남들보단 좀 늦었지만 삼십 대에 늦은 사춘기가 찾아왔었어. 아빠 특유의 타고난 낙천성과 정신승리로도 극복이 안 되는 우울감이 밀려오는 날이 있더구나. 그때는 아빠도 정말 힘들었었어(정말로!).

 

우리 딸은 십 대에 이른 열병을 겪는 중이지만 아빠가 잘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삼십 줄에 늦은 사춘기를 겪었듯,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아픔의 순간은 찾아온단다. 내 삶이 남들에 비해 뒤처 것 같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단다.


결국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아빠가 삼십 대의 아빠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이기도 한데…

친구들에 비해, 남들에 비해 내가 열등한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런 순간들은 언젠가 반드시 지나갈 것이고, 너만은 너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코코띠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너무 많이 힘들 때는 가족의 존재가 위안이 되기도 하거든. 엄마, 아빠도 우리 딸에게 위안이 되는 그런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기분이 너무 우울할 때는 그 감정에 매몰되어 있기보단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내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아. 방법을 잘 모르겠을 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일단 단 걸 입에 넣어 보자.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코코띠랑 잠시 산책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지.


무엇보다 지금 내가 많이 모자란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궁극적으로 너는 결코 모자란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언젠가 마음이 내킬 때 아빠에게도 조금 곁을 내어주길 바라며 아빠의 서툰 편지를 이만 마칠게. :)


_우리 딸을 너무 많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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