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할 때 주는 사람 마음이 중요하다, 받는 사람 마음이 중요하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주는 사람? 아니면 받는 사람?
니은띠가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종합 콜드브루 원액 세트를 사 왔다. 밸런타인데이에 커피를 선물로 받는 건 처음이어서, 왜 커피를 샀느냐고 니은띠에게 물으니, 평소에 기역띠가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차가운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기역띠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샀다고 했다. 정확한 분석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고마웠다.
예전에 친구들과 선물의 성격에 대해 논쟁한 적이 있었다. 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이 중요하다. 아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 마음이 중요하다, 양 갈래의 논쟁이었다. 정답이야 있겠느냐만 나는 대체로 후자를 지지하는 쪽이다. 선물을 쓰는 사람은 결국 받는 사람이니까, 선물을 줄 때에는 받는 사람의 필요와 기호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선물을 고르면서, 선물을 고르는 자신에게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내 모습에 취하고, 쏟아부은 돈과 시간과 노력에 취하고, 선물을 받고 감동 받을 상대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마음에 취한다.
그러나 이내 예상과 다른 상대의 반응에 실망하고, 서운해한다. 상대는 선물을 받은 내게 이런 선물을 달라고 한 적도 없었고, 이것이 필요하고 갖고 싶다고 말한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저 모든 것은 나의 욕심이자 바람이었을 뿐인데, 우리는 기대와 다른 상대의 반응에 실망하기도 하고,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좋아서 고른 선물, 내가 좋아서 한 일은 말 그대로 나를 위한 것이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여 좋은 의도에서 한 일이라도, 상대가 원한 적 없다면 그것은 대개 잉여의 노력일 뿐이다. 잉여의 노력은 나도 상대도 피곤하게 만든다. 나는 힘들지만, 상대에겐 필요 없는 잉여. 그렇기 때문에 선물도, 배려도 적당히, 알맞은 만큼만, 상대에게 필요한 것,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니은띠의 이번 선물은 딱 알맞은 선물이다. ‘클래식 블랙(claasic black)’이라고 적힌 원액을 따서 아이스 커피를 만들어 마셔 보았다. 니은띠는 총총 내 옆으로 와 냉동실에 넣어둔 얼음컵을 꺼내주었다.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미리 알고 선물을 준비한 니은띠의 세심함이 고맙고, 센스 있는 와이프를 선택한 나의 안목에 감사하며 오늘의 단상을 기분 좋게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