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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Dec 22. 2024

발이 시렸어요!

착각에 빠진 동화! 434

발이 시렸어요!





하얀 세상!

길을 걷다 말고 양심의 무게를 달았어요.

저울은

거짓말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양심의 무게는 무겁지 않았어요.

보이지 않아서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양심은 무거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무겁지 않았어요.

축 처진 저울이 움직이지도 않았어요.


하얀 세상!

머릿속에도 흰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도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어요.

조용히!

양심을 꺼내 저울에 올렸어요.

그런데

달라진 건 없었어요.

양심은 무게가 없었어요.

눈송이처럼 무게를 느낄 수 없었어요.





사진 김동석



하얀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 날이었어요.

그런데

저울은 양심의 무게를 알려주지 않았어요.

아니!

저울의 어느 쪽이 양심의 무게인지 모르겠어요.

양심의 무게가 무겁다고 생각한 제가 틀렸다고 생각되었어요.

가볍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양심의 무게!

가볍다거나 무겁다는 정답이 세상에 없었어요.

여기저기!

양심의 무게에 대해 찾아봤어요.

답은 없었어요.


하얀 세상!

눈 위를 걷다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별은 반짝반짝 빛났어요.

유난히!

반짝이는 별에게 속삭였어요.


"넌!

양심의 무게를 알지?"


별이 대답하는 것 같았어요.

저울에 달아보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다시

양심을 꺼내 저울에 올렸어요.

두 눈을 크게 뜨고 저울을 봤어요.

저울은 기울었어요.

양심의 무게는 있는 것 같았어요.

어느 쪽일까!

눈 위에 멈춰 서서 정답을 찾았어요.

그런데

알 수 없었어요.


저울은 말이 없었어요!

아니

기울기로 말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저울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어요.


"저울아!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주면 안 될까?"


저울을 보고 물었어요.

그런데

대답은 들리지 않았어요.

나를 비웃는 것 같았어요.

발이 시렸어요!

눈 위를 걷다 멈춰 서서 양심의 무게를 알고 싶었던 제 잘못이었어요.

저울이 달아준 양심의 무게를 알아차리지 못한 제 잘못이었어요.


하얀 세상!

눈이 소복이 쌓인 세상을 저울에 달았어요.

그런데

하얀 세상도 양심의 무게처럼 저울이 반응했어요.


"이상해!

이상하단 말이야.

하얀 세상과 양심의 무게가 같을까?

그렇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무게가 어떨까!"


발이 시렸지만 참았어요.

아름다운 세상을 저울에 올렸어요.

역시!

아름다운 세상도 양심의 무게와 같았어요.

하얀 세상과도 무게가 똑같았어요.


"저울이 이상한 걸까!

저울이 이상한 거야!"


다시!

하얀 세상을 저울에 올렸어요.

그 위에 아름다운 세상도 올렸어요.

마지막으로

가슴속에 넣었던 양심을 꺼내 저울 위에 올렸어요.

저울이 움직였어요.

바람이 불어온 듯 위아래로 움직이다 멈췄어요.

그런데

무게를 알 수 없었어요.


하얀 세상!

발이 시렸어요.

그런데

움직일 수 없었어요.

포기할 줄 모르는 자신의 문제였어요.

저울을 탓하지 않았어요.

그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눈 위를 걷다

양심의 무게를 알고 싶었던 생각의 선물 같은 착각이었어요.

양심의 무게만 알 수 있다면 발이 시려도 좋겠어요.

하얀 세상!

눈물이 날 정도로 발이 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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