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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빠진 동화
그곳에 가고 싶다!
유혹에 빠진 동화 156
by
동화작가 김동석
Dec 13. 2022
그곳에 가고 싶다!
따뜻한 남쪽!
땅끝마을 끝자락에 첫눈이 내리는 날.
동백꽃이 피었다.
아직 겨울이 시작도 안 했는데 남쪽 보길도 섬에 동백이 빨갛게 피었다.
햇살에 동백나무 잎이 반짝이며 빨간 동백꽃을 더 아름답게 감싸고 있었다.
"이봐!
꽃망울만 봐도 충분해.
아직
엄동설한도 아닌데 활짝 꽃을 피우면 어떡해!"
걷던 길을 멈추고 동백꽃을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히히히!
남쪽 기온이 너무 따뜻해서 봄이 오는 줄 알았어요.
더 따뜻해지기 전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싶었어요."
빨간 동백꽃은 멈춰 선 내게 말했다.
따뜻한 봄에 피고 싶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빨간 동백꽃을 피우고 싶었다.
그런데
꽃을 피우고 나서야 아직 겨울이 오지 않은 걸 알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궁금했구나!"
나는 동백꽃을 바라보며 새가 조잘거리듯 한 마디 했다.
"네!
날아오는 새들도 봄이 온 것 같다고 했어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겨울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줄 알았어요."
동백꽃은 새들에게 들은 말을 내게 말했다.
"그랬구나!
지구 온난화 때문에 세상이 온통 따뜻해졌지.
그런데
난 동백꽃이 만개해서 좋다.
아직
꽃망울을 다 터트리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는 더 많은 동백꽃이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 한쪽에서 기웃거렸다.
"며칠 후
다시 오면 될 것 같아요."
동백꽃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며칠 후에는 올 수 없어.
땅끝 이곳까지는 큰맘 먹고 출발해야 올 수 있는 곳이야."
나는 한 참 동백꽃을 보고 나서야 발길을 재촉했다.
보길도
백록당 앞으로 난 길을 걸으면 수백 년 된 동백나무가 반겨 줬다.
동백꽃이 만개하는 날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지만 언제나 그곳을 걷다 보면 가슴이 후련해진다.
동백꽃처럼 청렴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남쪽 어딘가에 가면 볼 수 있는 동백꽃!
하지만
보길도 백록당 앞 길을
감싸고도는 수백 년 된 동백나무는 묵묵히 오는 사람을 지켜봤다.
"그곳에 가고 싶다!"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미치도록 그곳에 가고 싶었다.
책 한 권 들고 고속버스에 올라 먼 땅끝마을까지 갔다 오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보길도행 배를 타고 또 얼마나 가야 했다.
"윤선도!
그 선비가 귀양살이 한 섬이라니.".
택시를 타고 백록당 민박집을 향했다.
백록당
마루에
걸터앉아
동백꽃 위로 하얀 눈이 내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흰 눈
이 소복이 쌓여 갈수록 마음은 더 평화로웠다.
(지금은 문을 닫음)
"동백이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백록당 추억이 그리운 걸까!
알 수 없어.
난 도무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알 수 없어.
아마도
백록당을 지키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은 걸까!"
추억이 새록새록 가슴을 파고들었다.
"활짝 핀 동백꽃이 기다릴 텐데!
누군가 첫눈이 내리는 날 찾아올 텐데."
동백꽃은 겨울이 오기 전부터 활짝 웃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힘든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고 동백꽃은 피고 지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물이 숨겨 있는 섬!
보길도에서 첫눈을 맞이하는 여정과 함께 동백꽃을 가슴에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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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백록당 울타리 동백꽃
보길도 백록당/한옥 민박/지금은 주인 할머니 별세로 운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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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보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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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소년! 어린이와 어른을 위해 아름다운 동화를 쓰겠습니다. eeavis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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