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새해입니다.
새해 계획을 알리는 다이어리들의 유혹이
이곳저곳에서 손짓을 하는 시즌입니다.
2월이니 이미 아주 손짓하는 시즌은 지나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 주변엔
새해 계획 혹은 새해 계획을 켵켵이 정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찾는 이유는 저마다의 기록을 하기 위함이겠죠?
요새 인생에서 제일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뭐냐고
누군가가 저에게 묻는다면,
어릴 때부터 왜 기록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요즘입니다.
팬시 용품을 좋아하는 제가 다이어리 꾸미기에
열을 안 올린 건 아니었지만,
단순한 제 일상의 스케줄 정도만
기록하는 날들이 많았던 듯 싶긴 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내실 없는 기록의 날들 말이죠.
대한민국엔 기록학자라는 분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라는 분인데,
현재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기록연구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기록학자라니, 엄청난 문헌들을 기록하는 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활 기록의 중요성을 전파하시는 분으로서,
일상 기록을 세분화해서 기록을 생각의 도구로 만드는데 주력하시는 분입니다.
작년 연말에 교수님의 책을 처음 접하면서,
‘기록학자라는 것도 있구나’라고
낯설지만 흥미롭기도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분이 최근 내신 ‘파서블’이라는 책을 읽으면,
기록이 우리의 삶에 왜 중요한지 더욱 이해가 되면서
나를 위해 무엇보다 꼭 해야 하는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같이 글을 쓰거나,
사람들에게 공감 혹은 설득하는 글을 만들어 내거나,
하는 사람들한테는 매일의 기록들은 큰 자산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저도 몇 년 전부터 나름의 짧은 기록들을 해나가기 시작한 건데요.
그런 기록의 습관으로 인해
올해 전 5권 정도의 다이어리를 돌려쓰고 있습니다.
그중엔 5년 다이어리, 3년 다이어리, 그리고 매일의 다이어리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 다 매일 쓰는 다이어리들은 아니고요.
매일 쓰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쓰는 다이어리들도 있습니다.
그중에 5년 다이어리는 올해가 마지막 5년째 되는 다이어리인데,
매해 같은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볼 수 있다 보니까
5년째 쓰는 지금 꽤 흥미로운 다이어리가 되고 있습니다.
진짜 신기한 건,
일진이 사납거나, 운수가 사나운 날은
매해 꼭 그날이 비슷했다는 이상한 징크스도 발견했고요.
쓰다가, 읽다가 놀랐다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하루종일 기록만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기록에 긴 시간을 할애할 수만은 없으니까,
5권의 다이어리를 쓰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는 듯싶습니다.
물론, 길게 쓴다기보다 각자의 목적이 있고,
저도 사람이고, 엄청난 부지런쟁이는 아니니
어김없이 피곤하거나, 약속이 있어 늦게 귀가하는 경우나,
아니면, 깜빡하거나 하는 날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처음부터 5권의 다이어리를 쓴 건 아닙니다.
기록의 중요성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저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 혹은 영감들을
제가 다 기억할 수 없다는 뇌적 현실과 맞물려
어쩌다 5권이 되어버렸네요.
그런 와중,
파서블이라는 책에서도 나왔듯이.
우리에게 기록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생각력이라는 것 때문이죠.
저도 그 놀라움을 나름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되고요.
김익한 교수님도 파서블이란 책에서 생각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본인 역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들라면
단연, 생각력이고, 생각력을 기반으로 전력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사실도요.
다행스러운 건, 생각력은 타고난 두뇌보다는
경험과 기억의 현재성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
특히 경험은 책 읽기를 포함한, 지식 경험이 얼마나 현재 나의 삶에
착 달라붙어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 역시 기록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기록은 한마디로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새해에 유명한 연사분들이 유튜브 강연에서도
다이어리 이야기를 많이 한 걸로 아는데,
그걸로 인해 본인들만의 다이어리를 마케팅으로 팔기도 하고요.
사실 기록이란 건
본인이 하다가 본인만의 공식이 생기고,
본인만의 스타일이 생긴다고 생각되지만,
기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지거나
모르겠다는 분들은
이런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행하는 데 있어서, 장비와 도구도 중요한 거니까요.
기록도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기에
분명 쉬운 길은 아닙니다.
남이 개척해 놓은 건 쉬워 보이지만,
막상 내가 그 길에 들어섰을 때,
어디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제가 연말에서 새해가 넘어가는 시점에
이 책을 접한 것이
기록에 대한 저의 운명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나름의 기록을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기록은 나를 나답게
때로는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때로는 어려운 것을 쉽게
때로는 힘든 것을 안 힘들게
변화시켜 주는
이상한 마법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인생의 기록으로 환대하는 삶을
살라는 김익한 교수님의 말처럼
여러분도 기록에 진심인 삶이 돼서
임파서블을 파서블로 바꿀 수 있는
삶이 되시길 격하게 응원합니다.
같이 해봐요~
< 뉴작의 다이어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