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잔고
귀향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농사짓기에 자신은 없으니 얼마 정도 현금을 가져가야 살 수 있을 건데... 나는 과연 육체노동을 할 수 있을까, 근처에도 안 가봤는데...
2년 전쯤 고향 고추밭에서 30분 정도 고추를 따다가 몸살이 난 적이 있다. 장갑 낀 손에 물집이 잡히고, 허리가 아픈 건 둘째치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다보니 엄지 발가락에도 물집이 잡힌 걸 보고, 어디 한군데 물렁하지 않은 곳이 없구나 싶었다.
늘지 않는 통장잔고와 부실한 몸,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귀향을 한다는 건 참 겁없는 짓이다.
그럼에도 한켠에서 나는 왜 늘 겁을 내고 단행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귀향은 그저 망상일 뿐일까. 아직은 버틸 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