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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남 Aug 22. 2019

너 나랑 치킨 먹을래? 치킨게임 할래?

누구를 상대하고, 누구를 이길겁니까?

 바야흐로 치킨의 시대가 도래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스쳐지나가듯 봤었던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는 연간 8억 마리의 치킨을 먹고 있으며, 이는 1년에 인당 24마리의 치킨을 먹는 것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치킨을 좋아해서인가? 우리나라는 치킨 게임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 

(*치킨게임: 마진을 극단적으로 줄이며 손해를 보면서까지 점유율을 높이며 경쟁 업체들을 압박하는 것)

 시기마다 유행을 타는 음식들이 꼭 있다. 최근까지,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주인공은 흑당버블티라는 생각이다. 커피를 판매하는 모든 가게들,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동네 커피숍까지 흑당버블티를 메인으로 걸어 놓은 것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흑당버블티를 단일 품목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들의 체인점도 점점 많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건 두 달 전쯤에는 희귀했던 이 제품이 지금은 너무도 흔해졌다는 사실이다. 맛도, 가격도 희귀성도. 음료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 그 중에서 버블티를 선택하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비슷한 가게들은 널려 있으니, 특정 가게의 버블티를 마시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은 로또 복권의 공을 뽑는 경우와 뭐가 다를까 싶다. 

 이런 현상들은 은연중에 계속되어 왔다. 생과일 주스 전문점들이 그랬고, 핫도그가 그랬고, 식빵도 그랬으며, 화환도, 심지어 이삿짐 센터도 그랬다. 누군가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똑같은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 남은 것은 누가 더 싼 가격에 더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구덩이가 놓여진 함정에 빠진다.

우리는 늘 이런 말을 듣는다. 생산하지 말고 수집하라. 사지 말고 구축하라. 페이윌을 세워라. 가상 화폐를 만들어라. 당신과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고,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다른 사람들을 참고하라. 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라. 모방하고 차용하라. 그리고 무슨 일이든 신속하게 하라. 
하지만 이런 말을 따라 하다가는 어느새 성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말 하나하나가 콘텐츠의 함정이다.  
- <콘텐츠의 미래> 496 page -

 분야는 다르지만 함정을 멋지게 탈출한 사례를 살펴보자. 세계적인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위협 앞에서 다소 초연한 모습을 보이며 대응했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의 명성이 보여주듯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콘텐츠의 미래> 383 page

 혹자는 그들이 고품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코노미스트> 기사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논조의 일관성이다. 누가 쓴 기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일관성 있는 논조로 독자들에게 조리 있고, 이해가 잘 되도록 이슈를 전달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독자가 스스로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갖는 자아상에 집중하여 지위 마케팅(status marketing)이 지닌 가치를 제공하기도 했다. 즉, 고품질은 그들의 전략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마치 성공공식처럼 보인다. 그래서 <뉴스위크> 잡지는 <이코노미스트>의 전략을 따라했고, 2년 후 단돈 1달러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거참 이상하다. 누구는 따라해서 망하고, 누구는 따라해서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며, 최소한 게임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어떤 요소일까.

성공 전략은 자기가 만드는 콘텐츠가 아니라 자기가 활용하는 상황 또는 맥락을 인식하는 데서 온다. 성공 전략은 선택을 따로따로 보지 않고 선택들 간의 연결 관계를 깨닫는 데서 온다. 성공 전략은 무리를 따라가거나 마주치는 모든 기회를 붙잡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절할 줄 아는 데서 온다. -<콘텐츠의 미래> 497 page-

콘텐츠는 따라할 수 있어도, 맥락은 따라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방의 전략은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 기업의 맥락이란 수많은 선택의 연결들로 이루어진 집합체일 테니까. 그러나 그것은 맥락이 복잡한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얕은 연결 관계를 지닌 맥락이면 금방 따라 잡힌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경우라면, 타기업은 차별성을 지니는 콘텐츠의 모방만으로 유사한 맥락에 위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당분간 치킨게임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 게임의 승자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보완재를 관리하는 것이다.

애플의 역사가 전해주는 진정한 교훈은 이것이다. 제품의 품질은 디자인, 조직 구조, 비전 같은 요인에 의해 바로 결정되지만, 기업의 성운은 대체로 그 제품의 보완재를 얼마나 훌륭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콘텐츠의 미래> 239 page-

 과일주스 전문점을 다시 가져와보자. 쥬씨, 쥬스스타, 떼루와, 킹콩주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기업들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흑당버블티 체인점들이 들어서고 있다. 해당 기업관계자들은 잘 알 것이다. 고객들이 몰리는 블랙스완이 터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보완재를 통해 매출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업계 안에서 타 기업이 잘 되어도 마음이 비교적 편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된 고객들이 먼 곳에 있는 음식점이라 해도 차를 타고 달려가도록 자극하며 타이어 판매량을 늘리자는 생각을 한 '미쉐린 가이드'처럼 보완재의 획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

(상품의 원재료인 과일의 확보하거나 과수원들과 협약을 맺는 것, 그리고 유통을 담당하고, 과실수들의 관리시스템 혹은 약품들, 혹은 과일껍질 처리를 위한 대형 음식물 처리 기계, 과일을 따고 일부를 가져가게 하는 일일 체험, 가정용 믹서 키트 등의 예시들이 있을 것 같다. 혹은 상품의 본질과 벗어난 전략으로, 적당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고객이 아닌 가맹점주들을 모집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도 있을 것 같다.)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맥락을 파악하여 승리를 쟁취하고 싶은 당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공유하고자 한다. 단, 다음 질문을 통해 본질에 접근한다고 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경계하길 바란다. 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비가 오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올 것 같으면 우산을 챙기는 것이다.

 승리를 원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 질문

 1. 당신은 누구를 상대할 것인가?

 2. 그리고 어떻게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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