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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의종군 Oct 20. 2021

왜 인플레이션을 못 느끼는가?

코로나 팬데믹은 변화의 시간을 단축시켰다.

2020년 코로나라는 신종 전염병이 전세계를 강타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락다운(이동제한)을 하게 되면서 전세계 경제도 같이 무너졌습니다. 경제가 무너진 것을 정부에서 수습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일으켜서 화폐를 순환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현대의 많은 국가의 경제 정책은 금리와 화폐 유동량을 조절함으로써 경기를 조절하는 케인스 학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는 접어두고, 일단 돈을 시장에 많이 풀면 그만큼 많은 소비가 발생하고, 흔히 말하는 서민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제공했습니다. 갑자기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가족끼리 외식도 하고, 냉장고도 사고, 자동차도 살 것입니다. 그 중에 외식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식당에서는 수입이 생겼습니다. 아르바이트에게 일당을 지급하고, 아르바이트는 집에 가는 길에 택시를 타고 갑니다. 택시 기사는 그 돈으로 외식을 합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제공된 화폐 유동량은 마치 내가 돈이 많은 것처럼 느끼게 하고 소비를 하게 됨으로써 경제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치 고대 로마에서 금 1g으로 화폐 2개를 찍어내기 시작한 것을 사람들이 몰랐던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소비를 더 유도하기 위해서 재난지원금에 유효기간을 붙이고 반드시 사용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앞에서 살펴보았던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본다면, 금이 2g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동일한 금 1g으로 화폐를 2개씩 찍어낸 것입니다. 화폐 1개의 가치가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 경제도 신대륙으로부터의 새로운 금이 유입되지도 않았고, 해외 다른 국가로 수출하여 부가 유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폐를 추가로 찍어냈기 때문에 화폐 가치는 하락하게 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재난지원금은 새로 화폐를 찍었다기 보다는 세금을 통해서 처리했습니다. 혹시 어떤 독자께서는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고 의문을 품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화폐를 추가로 공급해서 경기를 어떻게 순환시키는지에 대한 예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진정으로 화폐를 찍어낸 것은 바로... 금리인하를 통해서 입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은 당장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용이 줄게 됩니다. 은행으로부터 더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고, 그것은 정부에서 화폐를 추가적으로 공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 이렇게 추가적인 금이 없이 정부에서 화폐를 추가적으로 공급하면서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느끼지 못하고 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시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불과 2년 정도이지만, 굉장히 오랜 시간을 걸쳐서 변화해야 할 것들을 단숨에 바꿔 놓았습니다. 화제를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언택트를 통한 IT서비스들의 약진이 그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간편결제라는 시스템이 전 사회에 퍼지기 위해서는 10년으로도 부족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그만큼 신용카드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 있었고, 특별히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신용카드보다 휴대폰을 통한 결제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팬데믹은 변화의 시간을 줄여 놓았습니다. 화폐의 가치 하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20년 전에 2500원이던 짜장면을 지금 5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20년 사이에 물가가 2배나 올랐네, 다르게 얘기하면 화폐의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격에 대한 분석을 하고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년 사이에 급격하게 떨어진 화폐의 가치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지금 내 눈앞에 5000원이 생겨서 '와, 부자가 됐네'라고 생각할 뿐 그 돈이 2년 전의 2500원이란 사실을 알기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화폐를 많이 찍어냈습니다. 2021년에 기업들의 매출을 보면, 코로나 불경기라고 하는데도 역대 최고의 매출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매출이 늘어났다기 보다는 화폐의 유동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가 다분합니다. 예를 들어, 100억 매출이 있던 회사인데, 화폐의 가치가 1/2이 되면, 동일한 물건을 팔아서 200억 매출이 되는 식입니다. (물론 매출이 이렇게 단순한 계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화폐를 많이 찍어냈는데 역대급 불경기를 맞으며 '착한 임대료', '공과금 절감', '세금납부 유예' 등 각종 공공정책을 하게 됩니다. 즉,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원가는 증가하지 않게 됩니다. 앞에서 매출을 예를 들었던 것의 딱 반대입니다. 기존에 임대료를 월 100만원 내던 상인이 있는데, 화폐의 가치가 1/2이 되었다면 월 200만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불경기로 인해 임대료 절감등을 통해서 월 100만원으로 동결하게 됩니다. 그러면 원가가 늘어나지 않았으니 판매되는 제품을 가격을 인상할 이유도 없을 것이고 마치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화폐의 가치가 하락했지만 원가가 오르지 않아 사실상 물가는 하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내 월급은 2배가 되었는데, 집 앞 짜장면은 그대로 5000원인 상태입니다. 그러면 화폐를 가진 사람은 단기간에는 2배의 부를 소유한 것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이유입니다. 바로 전세계 팬데믹입니다. 만약, 우리나라만 화폐를 찍어내게 되고,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면, 환율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화폐 가치가 1/2이 되었다고 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 아니라, 2400원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수출/수입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고,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모두 팬데믹을 앓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각 중앙은행에서는 서로 화폐를 찍어내었고, 모두의 화폐 가치가 1/2이 되었기 때문에, 원달려 환율도 2400원이 아니라 1200원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화폐를 찍어내고 화폐 가치가 하락했지만, 화폐 가치 하락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2020년부터 2년간 저금리로 인해 화폐의 유동량은 늘어나게 되었고, 화폐의 가치는 그 만큼 하락하였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2021년에 10억은 2019년의 10억과 가치가 달라졌습니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2배씩 올랐습니다. 그것은 아파트값이 오른 것일까요,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 것일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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