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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Jan 25.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89일


 喜言人之過者(희언인지과자남의 허물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必有忮心(필유기심)         시기하는 마음이 있어서이다 

 有忮心者(유기심자)         시기하는 마음이 있으면 

 非君子也(비군자야)         군자가 아니다 

 君子嘉善(군자가선)         군자는 남에게 좋은 점이 있으면 아름답게 여기고 

 而矜不能(이긍불능)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안타까워한다

 古之君子(고지군자)         옛날의 군자는

 資乎善(고지군자자호선)   올바르게 살기 위해

 讀書爲文(독서위문)         책을 읽고 글을 지었던 데 반해 

 今之人(금지인)                지금의 사람들은

 資乎外飾(자호외식)         겉모양을 꾸미기 위해 그렇게 한다 

 – 신흠(申欽, 1566~1628), <바름을 구하는 기록[구정록(求正錄)]>     


  주 초반에 비해 미친 듯 휘몰아치는 바람이 잠잠해지긴 하였으나 여전히 기온은 찬 아침입니다. 숙소에서 바라본 은행나무 두 그루는 싸리비 모양을 하며 생명을 움틔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새들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생명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을 글은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중의 한 분이자 자연을 많이 노래한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군자와 소인’입니다. 군자는 도덕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수양이 많이 되고 남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자 우리 시대의 등불인 큰 어른을 말합니다.     


 ‘남에게 좋은 점이 있으면 아름답게’여길 줄 알고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안타까워’할 줄 아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자 공감할 줄 아는 기본자세입니다.      


 우리는 왜 자신의 단점보다 남의 허물을 말하기 좋아하는 것일까요? 신흠은 ‘남을 시기하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한마디로 정리하였습니다. 시기하는 마음은 왜 생기는 걸까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나는 남들보다 드러낼 점이 없는데 상대방은 나에 비해 가진 재주도 많고 쉽게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게 되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곧, 남과 다투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고 타인의 숨은 노력은 보려고 하지 않고 그 성취물만 보려 하는 마음과 태도가 앞서게 됩니다.


 그러면 열등의식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나보다 상대방이 잘 나가는 것이 나의 일에 아무런 장애나 방해가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틈만 나면 남의 흠이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눈을 불을 켭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뒷담화도 서슴치 않습니다. 없는 얘기를 꾸며 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세계가 제도적으로 경쟁의식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이 잘되면 내가 더 기뻐해 주면 어떨까요? 남에게 내가 가지지 못한 좋은 점과 장점이 있으면 그 점을 칭찬해 주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남이 불행한 일이나 좋지 못한 일을 겪을 때 안타까워하며 그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경청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나 아닌 다른 생명이 아파할 때 그를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나는 좋은 사람으로 비쳐지고 나에게도 다른 사람과 같은 좋은 일과 행운이 다가오지 않을까요?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나 자신을 망치지만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고 칭찬하면 내 마음 또한 덩달아 기쁘고 밝아지지 않을까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에 다른 사람이 남긴 글과 그림, 사진에 무작정 ‘좋아요’라는 긍정의 스티커를 붙이고 칭찬과 격려의 말을 실으면 내 삶은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요?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이 임금인 사람[군자(君子)]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도 이 세상은 어제보다 조금은 달라져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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