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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Apr 06.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02일


 所愛風與月(소애풍여월바람과 달 내 본시 사랑하는 것

 豈可用錢(기가용전돈 들여 사는 것도 아니지 않나

 江山好風景(강산호풍경강산이라 풍경이 너무도 좋아 

 森森如畫(삼삼여화눈앞에 삼삼하여 그림과 같네

 但覺吾愛景(단각오애경내가 경치를 사랑한다 여겼더니

 復知景爲(부지경위경치가 나를 위해 마련된 거군

 如此復如此(여차부여차이와 같고 또 이와 같으니

 吾以此樂(오이차락나는 오직 이를 즐기려네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우연히 읊으며[우음(偶吟)]>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지난주에는 같은 학년 부 선생님들과 벚꽃 놀이를 다녀왔습니다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봄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설레임으로 모처럼 활기가 넘쳐났습니다     


 어느덧 4월입니다음력으론 2월의 끝자락이자 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요 며칠 달을 잘 보지 못했는데 짓궂은 날씨가 한몫한 것 같습니다상춘객을 보내고 난 뒤 벚꽃은 수줍은 아이 볼 마냥 자신의 자태를 핑크빛으로 활짝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덕무의 시와 글을 좋아합니다그에게서 욕심내지 않는 삶과 선비의 고아함맑음여유삶과 자연을 사랑하는 자세묵향(墨香)이 자연스레 배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부터 우리 선비들은 바람과 달자연을 시와 글그림에 즐겨 담아왔습니다시가 곧 그림이요그림이 곧 시[시중유화화중유시[詩中有畵畵中有詩]가 됩니다우주 삼라만상이 하나이듯 시와 글그림그리고 작가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이기도 합니다     


  동양의 산수화는 사람보다 산수 자연을 부각시킵니다정자도 사람도 아주 작으며 산과 내나무바위를 도드라지게 그립니다그리고 여백을 둠으로써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듭니다     


 우리는 내가 경치를 아껴주고 사랑해준다 여기지만 삼라만상은 인간을 위해 공간을 내어줄 뿐 스스로 뽐내지 않습니다공간적으로 우리가 우주 대자연의 품에 안긴 것이지 내가 우주를 품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는 크나큰 마음으로 우주 대자연을 품고 내가 곧 우주이자 우주가 곧 나라는 선현들의 통찰과 슬기를 깨닫고 동참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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