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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Jun 29.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16일



 玄天墮寒露(현천타한로 하늘에서 찬 이슬 떨어져

 滴在青荷葉(적재청하엽 푸른 연잎에 방울졌네

 水性本無定(수성본무정 물은 본래 일정한 모습이 없는데

 荷枝喜傾則(하지희경측 연잎은 차고 기우러짐 좋아하네 

 團明雖可愛(단명수가애 등글고 맑은 물방울 사랑스러우나 

 散漫還易失(산만환이실 흩어지면 도리어 잃기 쉽구나 

 從君坐三夜(종군좌삼야 그대와 사흘 밤을 앉아 

 請問安心法(청문안심법 마음을 편히 하는 법을 묻고자 하누나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우연히 읊다[우영(偶詠)]>      




보랏빛 도라지꽃 

덕분에 마음 포근해지고

해장사 옆 느티나무 솔밭길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햇별구멍들

공생하라는 우주지성의 무언의 가르침


일렬로 늘어선

보랏빛 하늘빛 푸른빛 수국은

마치 물의 나라에 와 있는듯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네


꽃송이째 떨어지는 능소화

세상일에 너무 연연해말라는

누님의 다정한 목소리


멍석길 탐색하는 큰개미

소경마냥 더디나 제갈길 찾아가라 말하고

때마침 유영하는 회색빛 나비

삶이 곧  꿈임을 넌지시 일러주네

-자작시


 장마가 시작되나 봅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리는 비라 반가움이 더해집니다. 어제는 배구 결승전을 치렀는데 2점차로 아깝게 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삶도 아쉬움의 연속입니다. 기쁘고 행복한 순간은 찰나인가 봅니다. 잘못했던 일, 이루지 못한 일,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공연한 시뮬레이션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공회전이 될 뿐입니다.


 비오는 날 인근 공원의 호수에 연꽃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연잎에 이슬이 방울졌다 도르르 흘러내리는 모습이 운치있게 느껴져 한참을 쳐다봤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평균수명 70~80년이라는 인생의 수레바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은 이루고 무엇은 버리며 가야 할까요? 우리가 지구별에 온 목적은 무엇이며 어떤 꿈과 희망을 펼치며 살아야 할까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참내면을 찾을 수 있는 여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후위기 및 인공지능이 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실천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인지요?


 칠월을 이틀 앞두고 장마가 시작되는 첫날 이런저런 물음으로 하루를 열고 닫습니다. 장마철 늘 건강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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