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일
사람 키 훌쩍 넘어선
안테나 달린 옥수수
합장하듯
우주의 정기
끌어모으고
겨우내 간소함 뽐내던
배롱나무
푸른 머리
풍성히 이고 있네
여름은
인간에겐 견디기
힘든 계절이나
삼라만상에겐
수행의 도량(道場)
지난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박 3일간 아이들과 함께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찜통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데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활동을 즐기며 노는 모습을 보며 일과 놀이, 즐김과 견딤 사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 힘듦과 어려움이 우주 만물에게는 거꾸로 생명의 에너지가 됨을 아이들과 금빛 혼을 지닌 금혼초, 만수무강 만수국(萬壽菊), 나비, 벌, 꽃, 옥수수, 배롱나무 등에서 배웁니다. 우주 지성 혹은 조물주는 가만히 앉아 있는 자에게는 그 어떤 먼지만큼의 지혜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몸을 희생함으로써 또 다른 생명의 먹거리가 되어주는, 몸과 마음이 뜨거운 지렁이와 옥수수를 바라보며 이들이 견딤의 고수로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진리에 한 걸음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이웃님들 더위 조심하세요. 늘 고맙습니다.
登山耐側路(등산내측로) 산 오를 때 비탈길 견디고
踏雪耐危橋(답설내위교) 눈길 걸을 때 위태로운 다리 견디네
一耐字極有意味(일내자극유의미) ‘견딜 내’자 깊은 뜻 있으니
如傾險之人情(여경험지인정) 험악한 사람의 정
坎坷之世道(감가지세도)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 길
若不得一耐字(약부득일내자) ‘견딜 내’한 글자
撑持過去(탱지과거) 지팡이 삼아 고비마다 아슬아슬 넘어가니
幾何不墮入榛莽(기하불타입진망) 가시덤불과
坑塹哉(갱참재)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이 몇이나 될까?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옥수수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