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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 곁에서

136일

by 은은



오늘은 양력으로 유월하고도 스무 둘째 날이자 음력으로는 오월 스무 일곱째 날입니다. 올해는 음력 유월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음을 보니 올여름은 두 배로 인내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봅니다.





비켜선

측백(側柏)

삶의 이치 반만

보여주고


절 뒤편 마음 다독임 길

한켠에 늘어선

각양각색의 수국(水菊)

사람들의 다채로운 꿈

채색하네


터널 위

자리 잡은 담쟁이덩굴

물구나무 서서

허공 향해

간절히 기도하고


고목과 측백나무

곁에 선 목향(木響)

삶을 간결하고

담백하게 살아가라

미소로 화답하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네 수명을 팔십으로 볼 때 이제 팔분의 오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니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고 남은 팔분의 삼이 절실하고 간절하기도 하며 설레기도 한 반면 두렵기도 합니다.


앞으로 제게 주어진 삶을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질투하며 살아가기보다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자리가 아닌 스스로 보기에 좋은 자리에 머물고 싶습니다.

늘 건강유의하세요. 고맙습니다.






以幻迹言(이환적언) 허상의 자취로 말하자면

無論功名富貴(무론공명부귀) 부귀공명과

即肢體亦屬委形(즉지체역속위형) 미미한 몸은 천지가 잠시 빌려준 것이요

以真境言(이진경언) 참알의 경지로 말하자면

無論父母兄弟(무론부모형제) 부모형제와

即萬物皆吾一體(즉만물개오일체) 삼라만상은 모두 나와 한 몸이네

人能看得破(인능간득파) 헛됨 걷어내고

認得真(인득진) 참 경지 깨달으면

纔可任天下之負擔(재가임천하지부담) 세상의 무거운 짐 맡을 수 있고

亦可脫世間之韁鎖(역가탈세간지강쇄) 삶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다네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측백나무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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