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일
노오란 활량나물 노란 나비 생각케 하고
파아란 달개비 푸른 잠자리, 수국과 닿아 있네
겨울 한파에도 보랏빛 봉오리 속
노란 생명 품고 있는 어머니 같은 맥문동
그 옛날 사약으로 쓰인 물 건너온 미국자라공
우주 대자연의 조화 속
회색빛 나비, 꿀벌, 호박벌 생명 활동 이어가고
어린 참새 한 쌍 소나무, 느티나무 아래서
술래잡기하며 생기 넘치는 한때 보내고 있네
때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삶의 근심 덜어내고
말매미 소리 배경으로
되지빠귀, 두견이, 꾀꼬리, 박새, 때까치, 청호반해, 밀화부리, 개개비가
우주의 조화 협연하네
결에 선 능소화 무리
괜찮아, 잘하고 있어
미소지며 응원하네
오늘은 8월 17일이자 음력 윤 6월 24일입니다. 다가오는 토요일이 음력 7월 1일로 처서(處暑, 더위가 수그러들다)입니다. 처서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늘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뜸도, 나의 팔다리로 땅을 딛고 걸음 수 있음도, 더위를 식혀주는 풀벌레와 나무 한 그루, 저 풀꽃들, 산새들, 계곡도 다 우주 지성과 우주 대자연의 조화이자 서로가 서로의 덕분에 살아가게 됩니다. 한 번 들이마쉬는 들숨도 한 번 내뱉는 날숨도 나와 나 아닌 것들의 조화와 상호작용 속에서 꽃피우게 됩니다.
인도 출신의 평화운동가이자 생태사상가인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
1936~ )의 ‘그대 덕분에 내가 있다(Therefore I am)’는 그의 말과 삶을 되새겨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春至時和(춘지시화) 봄에 이르러 날이 온화하면
花尙鋪一段好色(화상포일단호색) 꽃은 때맞춰 고운 빛깔 펼쳐내고
鳥且囀幾句好音(조차전기구호음) 새는 맑게 노래하네
士君子(사군자) 천지 만물을 대표하여 유무정물을 살리는 사람으로서
幸列頭角(사군자행렬두각) 운 좋게 혜택을 받아
復遇溫飽(부우온포) 부자가 된다면
不思立好言(불사립호언) 아름다운 문화와 후세가 본받을
行好事(불사립호언행호사) 멋진 일 벌일 생각 해야 한다네
雖是在世百年(수시재세백년) 이를 행하지 않으면 백 년을 산다 한들
恰似未生一日(흡사미생일일) 하루도 제대로 살지 않은 것과 같다네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그대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