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일
윤 6월이 2번 지난 뒤 내일이면 고대하던 음력 7월 1일이자 처서에 접어들게 됩니다. 요 며칠 한낮의 기후가 한여름의 공기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숲길을 걷습니다. 견공과 함께 하기도 하고 홀로 걷습니다. 따로 좋아하는 운동이 없다 보니 저에게는 책 읽기와 함께 걷는 활동이 낙(樂)이기 때문입니다.
숲길로 들어갑니다. 삼라만상의 고요 속에서 문득 새 한 마리가 울면 마음 한켠이 따스해집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새들도 살아가기 위해 생의 즐거움과 고달픔을 애쓰며 노래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에서입니다.
그리곤 또 걷습니다. 귀뚜라미 풀벌레 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풀숲 사이에 작디 작은 야생초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록 몸집은 작으나 앙증맞게 제 빛깔을 곱게 내며 생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생명의 약동과 함께 삶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게 됩니다.
삼라만상은 별일 없는 것 같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며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도 늘 살아있는 기미와 번득이는 정신으로 우주 만물을 이롭게 하는 사명에 참여해야겠다는 의지를 새삼 다져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늘 건강유의하십시오. 고맙습니다.
萬籟寂廖中(만뢰적료중) 우주 삼라만상의 고요 속
忽聞一鳥弄聲(홀문일조농성) 문득 새 한 마리 울면
便喚起許多幽趣(변환기허다유취) 마음 한켠 그윽한 정취 일어나네
萬卉摧剝後(만훼최박후) 풀잎 다 시든 뒤
忽見一枝擢秀(홀견일지탁수) 꽃 한줄기 우연히 만나면
便觸動無限生機(변촉동무한생기) 삶의 의지 다지게 되네
可見性天未常枯槁(가견성천미상고고) 이로써 우주의 기운 끝없이 이어지고
機神最宜觸發(기신최의촉발) 생기와 정신, 만물을 만나 깨어남을 알겠네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꽃 한줄기 만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