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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님을 들이며

145일

by 은은


오늘은 시월 둘째 날입니다. 이런저런 번다한 일로 글쓰기를 미루다 이제야 글쓸 마음을 내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달력이 석 장 남았습니다. 남은 한 해 기분좋게 마무리하시는 시간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소개할 시는 조선 전기 유학 교육을 책임지던 신광한의 글입니다. 그는 어느 날 경기도 여주에 있는 신륵사에 꽃놀이를 갔다가 비로 인해 길이 막혀 절에 묵으며 느꼈던 감정을 아래와 같이 읊었습니다.


세상사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사람과 사건과의 만남, 비, 동물, 장소, 풍경과의 우연한 마주침......


살다보면 의도했던 일은 잘 이루기 어렵고, 뜻하지 않은 일이 나를 살찌우고 성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내일은, 한 달 뒤엔 어떤 예기치 않은 기분 좋은 만남이 기다릴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봅니다.

즐겁고 넉넉한 한가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好雨留人故不晴 (호우류인고불청) 때맞춰 내리는 비 날 붙들어

隔窓從日聽江聲 (격창종일청강성) 창 너머 강물 소리 종일 들을 수 있네

신광한(申光漢, 1484~1555)의 <조우신륵사(阻雨宿神勒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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