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
깨어 있는 것보다 잠드는 순간이 두려운 날이 있다. 현실의 고달픔이 기어이 꿈속까지 침범하는 날, 지난 낮 동안 필사적으로 피해 달아났던 감정들의 추격이 시작된다. 죽은 사람으로 여겨온 옛 연인의 새삼스러운 고백, 무한 반복 재생되는 직장 사람의 끔찍한 말버릇, 활자 대신 깨진 유리조각으로 점철된 문서들의 맹추격을 받는 꿈을 꾼다. 지평선 끝자락까지 숨을 곳 하나 없는 꿈나라 속 아스팔트 도로를 맨발로 달리는 동안 죽을힘을 다한다. 수면제를 처방받는다. 잠이 들기 어려우세요? 아뇨, 꿈을 꾸지 않으려고요. 꿈 내용이 잘 기억나세요? 네, 대부분은요. 생생히요? 네. 지금도 그런가요? 다시 꿈에서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