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연습: 짝짝이 양말

오늘 나만의 작은 비밀, 내 이스터에그입니다.

by 욘킴

부쩍 서늘해진 날씨에 발이 시렵습니다. 서랍을 뒤적여 발목까지 올라오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양말을 찾습니다. 왼쪽은 멜란지 그레이, 오른쪽은 흰색. 다시 뒤적입니다. 이번엔 왼쪽, 오른쪽 모두 멜란지 그레이지만 하나는 목이 짧습니다. 언젠가부터 양말의 짝이 맞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서랍칸, 세 번째 서랍칸을 넘나들며 뒤적거린 끝에, 서랍 구석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던 목 긴 오른쪽 멜란지 그레이 양말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외출할 수 있겠습니다. 아차, 발목에 꽃무늬 수가 놓여 있네요.

결국 나는 짝짝이 양말을 아무렇게나 신고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왼발은 밋밋한 양말, 오른 발목엔 손톱만 한 계란프라이 모양의 꽃을 달고요. 하지만 짝짝이 발로 걷더라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나의 발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정류장 광고판 앞에서 치마를 살짝 들추어봅니다. 오른발의 하얗고 노란 꽃, 오늘 나만의 작은 비밀, 내 이스터에그입니다.

버스가 도착하고, 나는 승객들 틈에 섞여 발끝을 가지런히 한 채 손잡이를 잡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니, 일요일 도심의 풍경은 토요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들고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신호를 기다리며 전광판을 올려다보는 사람. 여전히 반팔 차림인 사람도 있고, 도톰한 털모자를 쓴 사람도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시간대를 사는 것 같습니다. 나보다 하루쯤 빠르거나, 사흘쯤 느리거나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반바지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나처럼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모두 다 짝짝이일지도요. 모를 일입니다.

나는 버스가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말없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목을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려 애씁니다. 동시에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짝이 맞지 않는 양말, 게다가 믿기 어려울 만큼 유치한 계란프라이 모양 꽃. 그런 걸 신은 어른을 길가에 세워두고 공개적으로 놀리지 않아 주어 다행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비밀을 모른 척하기 때문에, 세상이 여전히 점잖게 굴러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사람들 틈에 섞여 몇 블록을 걸었습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골목을 지나, 좋아하는 커피숍 테라스에 자리를 잡습니다. 옆자리에는 줄에 매인 얼룩무늬 강아지가 엎드려 졸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가방을 내려놓는 소리에 단추만 한 눈을 열고 나를 힐끔 쳐다봅니다. 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치마를 살짝 들추어 양말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아지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 발을 쳐다보다가 작게 멍멍, 하고 짖습니다. "짝짝이 양말이다! 짝짝이 양말!"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르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가게 안쪽에서 커피를 주문하던 주인이 유리문 밖을 내다보았지만, 나는 구름을 구경하는 척했습니다. 강아지는 여전히 내 발목을 노려보았지만, 아무도 내 장난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웃음을 삼키고, 오른발을 까딱거리며 강아지를 바라봅니다.

다 같이 지키기로 약속한 것을 혼자 몰래 어겼을 때의 간질거리는 마음이 싫지 않습니다. 무심함을 단련하듯 살아가는 어른에게는, 세상과 어긋날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요. 왼발과 오른발에 정확히 같은 양말을 신은 365일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지루한 삶입니다. 짝짝이 양말이라는 작은 어긋남으로도 완벽하게 단조로운 삶에서 잠깐 벗어난 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게 마음에 쏙 듭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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