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나간 감정들에 대한 애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로수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빛이 길 위에 길게 누워 있었습니다. 나는 문득 알아차렸습니다. 여름 내내 힘차게 울던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요.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열렬히 울어 대던 그 많은 매미들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비가 한바탕 퍼붓고 그칠 때마다 풀잎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여름 특유의 젖은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여름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매일 식은땀을 입고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치열해서, 또 하나의 계절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바람은 언제부터인가 여름의 잔향을 조금씩 걷어가며, 나뭇잎 사이에 서늘한 숨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나의 이마를 스치자,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칼이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습니다. 마음속이 시끄러웠습니다. 마음이 들뜨고, 애달프고, 정체 모를 공허함에 종종 시달렸습니다. 어떤 그리움은 이름도 모르고, 어떤 외로움은 이유도 없었습니다. 시끄러운 마음을 어떻게 재워야 할지 몰라 불 꺼진 거실을 서성거리다 그대로 새벽 공기를 쐬러 나가곤 했습니다.
새벽의 공기는 언제나 약간의 물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낮이 식어 밤이 되고, 밤이 녹아 새벽이 된 것 같이 말입니다. 축축한 옥상 난간에 기대어 아직 잠들어 있는 세상을 구경하였습니다. 멀리 택시가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가로등 불이 깜빡이다 꺼지는 순간, 줄에 매인 큰 개가 새벽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를 보며 멍멍 짖는 모습들을 말입니다. 세상이 잠든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잔상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보면 시끄러웠던 마음의 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알 수 없는 안도감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믿는 것들, 붙들어 보기도 전에 말없이 사라져 버린 많은 것들, 밤새 나를 지나간 감정들을 애도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새벽 첫 전철이 잠든 도시를 가르며 지나갑니다. 나보다 먼저 나의 오늘을 싣고 미래로 먼저 떠나버립니다. 나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