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핀란드에서 한 달 살기
핀란드에서 지내는 가을 겨울은 뭔가 쓸쓸한 기분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왠지 더 날씨가 춥게 느껴지거나, 혹은 빨리 찾아오는 어둠이 더 무겁게 느껴질 때는,
중국 음식이 막 먹고 싶어졌다.
김치찌개를 이길만한 뜨끈한 요리는 없으련만, 묘하게 아시아 사람이라는 동질감과 함께
밥과 단짠의 최강조합을 먹고 싶은 날이 있다.
핀란드에서 혼자 살 때,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아니면 혼자 시끌벅적한 중국 사람들에 둘러 싸여 묘한 에너지를 받고 싶을 때 찾았던 중국 음식점이 하나 있다.
그 식당 이름은 동 베이 후 Dong bei Hu
학교 다닐 때부터 갔었으니 주인아주머니 얼굴이 익숙하다.
수많은 동양인들이 왔다 갔을 테니, 식당 주인 여자분이 나를 기억할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You again, Welcome"이라고 인사를 해주면 푸근한 동네 언니를 찾은 느낌이었다.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느껴질 때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인사라고 해야 할까?
아주머니의 아는 척 인사가 정겹고 그리워 난 종종 동베이 후 중국 식당을 찾곤 했다.
이번엔 아이에게 그 식당을 소개해주려고 한다.
엄마가 20대에 자주 왔던 곳을 이제 20년이 지나 아이랑 같이 가는 기분은 아주 묘하고도 뿌듯하고도 이상했다.
예전엔 작은 건물 1층에서 5개 안 되는 식탁으로 운영하시더니, 그동안 돈을 꽤 버신 모양인지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시내 주요 거리로 주소지가 옮겨져 훨씬 큰 레스토랑이 되어있었다.
우리는 구글맵을 따라 트램을 타고 찾아갔다.
여기 사람들이 꽤 붐비는 현지 맛집이라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두었었다. 웹사이트도 그럴듯해지니 예전 동네 중국집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동베이 후 (Dongbeihu) / 식당 정보
주소: Rauhankatu 15, 00170 Helsinki / 위치 정보
둘이 고민해서 고른 메뉴는
요리와 함께 먹을 밥은 시키지 않아도 그냥 아~주 많이 나왔다.
솥 하나에 밥을 해서 그대로 가져다주는 느낌이었다. 주걱과 함께~
우리는 굶주린 배를 그리운 뜨끈한 중국 요리로 채우고 진정한 단짠에 취해 숙소로 걸어갔다.
하늘은 어둑해지고 또 눈이 오기 시작했다.
식당도 시내 안에 있어서 걸어서 10분 정도 가니 우리의 집!
든든히 먹어주니 영하 12도도 춥지가 않았다.
역시 걸쭉한 중국요리의 힘은
위대하구나!
귀한 추억을 하나 더 만들고 내일을 준비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