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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핀란드 친구를 만난 날.

핀란드에서 아이와 한 달 살기

by By N

핀란드의 겨울에는 늘 차가운 바람과 고요함이 묻어있다.

"조용하다"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길거리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나지막하고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다소 발음은 센 언어이지만 차가운 공기와 어울려 부드럽게 들려온다.

온 세상이 하얀 겨울,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지내다가 모처럼 아이에게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일정이 생겼다.

지난번 2일간 방문했던 스웨덴 학교에서 만난 핀란드 여자아이들과 미리 약속했던 만남인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많이 설렌다.


핀란드에 오기 전, 한국에서부터 일정을 맞춰왔었다.

왓츠앱을 통해 핀란드 여자아이들과 연락이 닿았고, 시간이 되는 4명과 일요일 점심정도로 해서 시내 스톡만 백화점에서 보기로 했다.


아이가 참여한 스웨덴 초등학교 수업시간 (수업체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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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처음으로 또래 핀란드 친구들과 밖에서 만날 생각에 들떠있기도 했지만, 막상 만나서 영어로만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니 내심 걱정도 되고, 조금 긴장하는 모습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아이들끼리 서로 연락하면서 오래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는데, 아이는 쑥스러움 때문인지 시큰둥하게 받아들인다.

그래, 어색할 수도 있겠지... 내 맘대로 안 되는 부분이겠거니 하고 마음을 비워본다.


오후 1시 정도 스톡만 백화점 1층에 가니 입구에서 3명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바람이 불고 영하 18도가 되는 사나운 날씨에 한국 친구를 만나러 나와준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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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었던 핀란드 사람들은 보통 수줍음이 많아서 관계에 있어 먼저 손을 잘 내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 아이들은 부모가 스웨덴계열이라 그런지 사교적인 편이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의 만남이 아이의 사회성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핀란드와 스웨덴 문화를 체험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열어갔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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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톡만 백화점 근처에서 3시간 정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아이에게 처음으로 넉넉한 현금 30유로(한화 45,000원)를 주었는데, 같이 어울리면서 먹고, 쇼핑하고, 나름대로 잘 써보라고 했다.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내심 기대가 된다.

오후 4시 반에 만났던 자리에서 다시 보자고 약속하고 내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핀란드가 워낙 안전한 나라이고 믿을만한 친구들이라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혹시 필요한 경우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다. 부디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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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의 K 문화 인기


2024년 이번 방문을 통해, 핀란드의 일상 속에 한국 문화의 영향이 더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아이와 만나는 친구들도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았는데,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 (엑소, 블랙핑크)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최근에 만난 핀란드의 옛 동료의 동년배 친구들(10-11세 아이가 있는 이탈리아 출신 엄마들)이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열심히 보고 있다고 신나게 이야기했었다.


핀란드 엄마들의 한국 드라마 정주행 이야기는 나에게 묘한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같이 만난 엄마들 중 한 분은 자신의 11살 딸, Susanna가 한국말에 큰 관심을 가지고 매일 글자 쓰기를 연습하고 있음을 사진으로 공유해 주었다.

늘 책상 위에 두고 보면서 매일 쓰는 연습을 한다니 놀라웠다.

또박또박 잘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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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와 영화, 특히 로맨틱 코미디와 역사 드라마가 핀란드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잘생긴 한국 남자 배우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들의 다이내믹한 패션에 대한 흥미가 높았다.

매워 보이지만 아주 맛있을 것 같아 떡볶이, 김치 등을 유튜브를 보고 만들어 먹는다는 한국 음식 찐 팬도 있었다.

학교에서 10-12살 아이들이 K-팝에 맞춰 춤을 추는 댄스 수업시간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하니, 그 인기를 진정 실감할 수 있었다.

아래는 K-팝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모집하는 웹사이트의 대표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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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night 댄스파티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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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홀로 시간, 호수 카페 Torpanranta의 휴식

아이와 친구가 만나는 3시간 동안, 나는 잘~ 쉬고 싶었다.

트램 4번을 타고 끝까지 가면 내가 애정하는 경치 좋은 카페가 있다. 늘 그곳에서 기다려주는 든든한 친구처럼 10년째 내 맘속의 힐링 장소이다.

https://www.torpanranta.fi/homepage


설레는 마음으로 트램을 타고 그곳에 갔다. 카페 위치

헬싱키 호숫가에 있는 조용한 Topanranta 카페에서 핀란드의 겨울 풍경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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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지게 흰 눈이 쌓여있는 언 호수를 바라보며 샴페인 한잔을 천천히 즐겼다.

핀란드의 고요하고 청정한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는 극적인 자연과 만나는 순간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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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헬싱키 카페는 사계절 인기가 있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많은 손님들이 커피나 맥주를 밖으로 가져다가 마시면서 주말의 햇볕을 즐기곤 한다.

헬싱키에 오면 마치 평화로움의 기운을 받으러 홀리는 기분으로 들리게 되는 나만의 아지트이다.


다시 시내로 트램을 타고 돌아가서 신나게 쇼핑을 하고 돌아온 아이들을 만났다.

네 명의 여자 아이들은 함께 전시회를 보고, Hesburger(핀란드 로컬 햄버거 체인)에서 감자튀김과 햄버거를 먹었다고 했다.

각자의 취향에 공유하며 스톡만 백화점 전 층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고, 그 결과로 아이 손에는 작고 귀여운 비닐 쇼핑백들이 들려있었다. 작은 향수, 불빛 나는 마이크, 키링, 플라스틱 금반지 등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가득하다.

화장품 코너에도 들렸다고 하는데, 발랐던 파운데이션이 반짝이는 손을 보여준다.

심지어 검은 패딩 외투 여기저기 묻어있는 파운데이션 가루들은 나를 난감하게 했다.

딱 하나 있는 외투, 얼룩덜룩이가 되었다...ㅠ ㅠ


그래도, 아이가 하루 즐겁게 추억을 만들었겠구나 생각해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플라스틱 금반지 쇼핑에,
수다도 떨고, 신났겠구나!
SE-e917b7e5-0bdb-4c94-ab17-83aa0ac761b8.png?type=w773 일러스트-이모티콘-마음그림

아이와 나에게 오늘 하루는 색다르고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마도 아이에게는 또래 아이들과의 단순한 만남 이상으로,

핀란드 친구들과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열림의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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