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고 창문밖을 보니 하늘이 파랗다. 아직 걷히지 않은 구름이 있었지만 비는 그쳤다. 이틀동안 비를 맞으면서 걸어서 비에 질렸다. 짐을 싸놓고 아침 8시쯤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도 너무 멋진 터키식 부페다. 수프와 빵이 나오고 먹고 싶은 것을 덜어가면 되는 방식이다. 음식 앞에 배고픈 고양이들이 귀엽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우리가 길을 잘못 갈때마다 터키사람들은 방향을 알려준다. 우리말고도 다른 길로 가려는 여행자들이 많은가 보다. 물어보지 않아도 걷고 있으면 이쪽 방향이 아니라는 듯 손가락으로 다른 방향을 가르킨다.
하늘이 너무 파랗다. 모든 것들의 색깔이 다시 돌아왔다. 빨갛고 노란 꽃들과 초록색의 나뭇잎들. 파란 바다와 하늘. 지난 이틀 동안 볼 수 없었던 색깔이다.
네시간쯤 걸어 벨 근처에 작은 카페가 있어 들렀다. 잘생긴 터키 남자가 프리 티를 마시고 가란다. 미쉘과 보는 차를 한잔씩 받아 앉았고 나는 맥주를 시켰다. 이 남자는 이스탄불에서 의사를 하고 있고 지금은 잠깐 고향에서 카페를 연 친구를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창한 영어로 리키안웨이에 대해 설명해 준다. 안가도 되는 파트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줘서 나도 버스 타고 그냥 뛰어넘기로 했다. 현지인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곳을 굳이 걸어서 며칠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참 얘기하다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엄청난 크기의 돌산이 우리를 반긴다. 문제는 이런 뾰족뾰족한 돌들을 밟으며 계속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풍경을 즐기다 솟은 돌들을 조심조심 내려오다 하며 세 시간을 내려왔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보다 긴장하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고 땀이 난다.
4시쯤 되어 보가 예약해놓은 호스텔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3일 연속 캠핑하고 오늘 좋은 호스텔에 쉴 예정이었지만 이틀 연속 비가 오는 바람에 3일 연속 호스텔에 머물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은근슬쩍 조인하게 되었다. 어제 덜 말린 빨래들을 다시 하고 싶었고 따뜻한 샤워도 필요했다.
방은 아주 깨끗하고 뷰도 엄청났다. 스태프도 친절하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 얼른 빨래를 해서 넓은 테라스에 널고 따뜻한 물로 씻었다. 내일 아침까지 말라야 할텐데 걱정이다.
20유로를 더 내면 주는 저녁식사도 기가 막힌다. 맥주도 한캔 시켰다. 내일도 보가 칼칸에 호스텔을 예약했다고 한다. 나는 카페에서 만난 잘생긴 친구가 칼칸 (Kalkan)은 볼게 많이 없다고 해서 카쉬 (Kas) 까지 혼자 버스로 갈 예정이다. 칼칸에서 또 같이 머물러도 되지만 슬슬 캠핑이 하고 싶다.
오늘까지는 정말 푹 쉬고 다시 고생하러 나가야지. 보와 미쉘과도 작별이다. 이틀 후에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만 그리울 것 같다. 정말 많이 의지했고 덕분에 혼자 걷지 않아도 되어서 덜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