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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리키안웨이 종착지 안탈리아로

올림포스에서 안탈리아

by nelly park


잘자고 일어났다. 캠핑장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혼자 산에서 잘 때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캠핑장은 안전하다. 마음 놓고 푹 잘 수 있다. 짐을 정리하고 주인아저씨한테 안탈리아로 가는 버스타는 곳을 물어보러 갔다. 영어를 전혀 못하셔서 번역기 앱을 사용해서 물어봤더니 한 시간 후 메인로드로 간단다. 맥주 한잔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슈퍼에서 내 걸 사는 김에 하나 더 사서 아저씨에게 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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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 지나고 아저씨를 따라서 길가로 갔다. 미니벤이 하나 온다. 미니벤의 앞 창문 유리에는 메인로드, 안탈리아라고 적혀있다. 아저씨는 이거 타면 된다고 하시고 작별인사를 하고 가신다. 그리고 30분 정도 가서 미니벤은 고속도로 한복판에 내려준다. 그리고 바로 옆에 큰 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버스 기사님이 “안탈리아?” 하시길래 “예스!” 라고 했더니 타란다. 다행히 이번에는 앉을 자리가 있어 푹 자면서 왔다.



두시간 정도 걸려서 안탈리아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크기부터 큰 도시에 온 걸 느끼게 해준다. 사람도 많고 버스도 많고 건물도 엄청 크다. 오늘 예약해 놓은 호스텔까지 트램을 타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터키 남자분이 길을 알려준다. 알려준 곳에서 또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또 다른 터키 남자분이 길을 알려준다. 알려준 곳에서 또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또 다른 분이 오셔서 또 도와준다. 터키는 도시든 시골이든 모두가 친절하다.

트램역에 무사히 도착해서 트램을 탔다. 사람이 꽤 많다.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다. 숙소에서 가까운 역에 내려서 걸었다. 11분 거리다. 길거리에서 Simit빵을 하나 사서 먹으면서 걸었다. 참깨가 뿌려진 베이글 같은 빵이다. 도시 자체가 예쁘다. 유럽 같기도 하고 호주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터키와는 다른 분위기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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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히피풍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풍긴다. 체크인을 도와주는 직원도 길게 드레드 머리를 딴 히피 그 자체다. 넓은 마당에 바도 있고 레게 음악도 좋다. 오랜만에 쓰는 도미토리 방은 깨끗하고 와이파이도 빵빵하다. 짐을 풀고 한숨자고 배가 고파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잔을 사서 앉았다. 거기서 이탈리아 친구 프란체스코와 호주 친구 타일러와 같이 맥주 한잔하며 친해졌다. 나처럼 이들도 아무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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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까 점심 먹을 때 봤던 긴 줄이 있던 생선튀김 케밥집으로 갔다. 잠깐 기다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삭바삭하고 쫄깃쫄깃한게 맛있다.


케밥을 먹고 술 한잔하러 바가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걸었다. 밤의 안탈리아는 더 멋지다. 조그만 바에 들러 프란체스코가 데킬라 샷을 샀다. 한 잔당 200리라 라는 것을 계속 깎아서 세 잔에 450리라까지 깎아서 우리에게 한 잔씩 돌린다.



그리고 바텐더에게 분위기 좋고 춤도 출수 있는 바를 추천해달라고 물으니 Roots로 가란다. 갔더니 나와 타일러가 샌들을 신고 있어서 입장불가 라는데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간다고 약속하고 들어갔다. 좋아하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시켰는데 550리라다. 거의 하루 숙소 가격이다. 하우스 음악에 맞춰서 신나게 춤추고 술을 다 마시니 기도가 와서 이제 나가 달란다.



오케이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피곤했는지 코피가 난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만족스러운 하루다. 내일은 하루 더 숙박을 연장하고 도시를 좀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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