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탈리아에서 카파도키아 가기

by nelly park


푹 자고 일어나서 또 타일러와 커피 한잔 마시러 갔다. 아침을 안 먹는 타일러의 루틴에 맞춰서 이틀 연속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어제 간 카페의 커피는 맛이 그냥 그랬다. 타일러도 비싼 가격에 비해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맛이 증명되는 스타벅스로 갔다. 역시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다. 한국에서 마시던 커피맛 그대로다. 내 이름이 NALI로 변한 것 빼고는 같다. 그 나라에서만 파는 한정판 머그컵이 많다. 이스탄불이 적힌 머그컵도 있고 안탈리아가 적힌 머그컵도 있다. 앞으로 계속 걸어야 해서 못 사는 게 아쉽다.


20250509_101047.jpg
20250509_101050.jpg
20250509_101331.jpg


숙소에 앉아 있다가 체크아웃을 하고 가방을 밑에 내려놓고 배가 고파져서 어제 걷다가 봤던 푸드페스티벌에 가봤다. 기대를 많이 했었다. 맨날 케밥만 먹다가 한식이 그리웠는데 혹시나 국밥에 소주가 있는건 아닌가 파타이가 있으면 창맥주도 있으려나 하고 갔는데 이름만 인터네셔널 푸드페스티벌이지 다 터키음식이다. 케밥집 옆에 케밥집 같은 느낌이다. 구경만 하고 다시 어제 갔던 케밥집으로 갔다. 역시 아는 맛이 최고다. 언젠가는 또 와야지.


20250509_115406.jpg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맥주만 홀짝홀짝 마시며 아무것도 안 했다.


안탈리아 버스터미널에서 밤 9시반 카파도키아 (Cappadocia)행 야간버스라 8시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구글 지도를 보니 버스정류장까지 1키로 정도라고 나와서 걸었다. 10분 정도 걸렸다. 정류장에 도착해서 20분을 기다려도 TL94 버스는 오지 않는다. 조금씩 초조해진다. 버스 정보를 계속 갱신하다 안탈리아 버스터미널까지는 가지만 중간중간에 정차가 많은 다른 버스라도 일단 탔다. 9시 10분쯤 되어서 안탈리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직원에게 예약한 티켓을 보여주니 플랫폼 1로 가란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탔다. 긴장이 풀린다. 야간버스라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버스를 상상했는데 보통버스보다도 좁고 의자도 작다. 여기서 밤새 자야한다니 걱정된다. 카파도키아 도착 예정시간은 아침 8시 반이다.


20250509_211828.jpg


일단 눈이라도 붙이려고 했지만 너무 불편해서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6시 반쯤되니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얼른 내려서 짐을 빼서 메고 예약해놓은 숙소로 갔다. 체크인은 12시부터라서 가방 맡기고 기다리라고 한다. 잠을 거의 못 자서 너무 피곤했지만 어쩔수 없다. 2시간을 멍하게 기다리다 심심해서 숙소 앞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셨다.


20250510_084213.jpg
20250510_095531.jpg


12시가 되어서 방이 준비되었다고 따라 오란다. 깨끗한 6인실 방이다. 내 침대 바로 옆에는 큰 창문도 있다. 창문 밖으로 뷰를 구경하며 한참을 누워있다가 2시 좀 넘어서 하이킹을 나섰다. 카파도키아에 2박 3일밖에 없는데 누워만 있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찾아놓은 하이킹 루트중에 제일 짧은 것으로 걷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서 구글맵을 보고 들머리로 갔다. 막상 나와서 걸어보니 방에서 구경하는 것과 직접 그속에서 걸으며 보는 것은 완전 달르다. 여기를 왜 이제야 왔나 싶다. 안탈리아에서 아무것도 안하며 보낸 하루가 후회스럽다.


20250510_142251.jpg
20250510_150824.jpg
20250510_155224.jpg
20250510_163252.jpg


너무 멋지다. 연신 감탄하며 걸었지만 11키로 코스에 가방도 가볍게 와서 쉽게 생각했는데 잠을 많이 못 잤더니 점점 피곤하다. 목도 마르고 피로도 느끼는데 길에 오렌지주스 파는 아저씨가 있어 맛있게 사먹었다.



그리고 하이킹을 끝내고 다시 숙소로 내려왔다. 샤워를 하고 숙소의 루프탑 테라스에 올라갔다. 같은 방을 쓰는 한국인 도윤씨와 일본인 야스히로상 그리고 옆 침대에 미국인 루카스까지 같이 케밥과 맥주를 사와서 꿈 같은 카파도키아의 야경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유명한 열기구는 250유로라 못 타겠다. 몇달 전만 해도 100유로였다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올랐을까. 내일 산에서 자며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평화로운 안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