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 토요일, 서교동에는 케케라는 공간이 있다. gardening team이라고 소개하는 케케에서 어느 날 특정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모임이 열리게 되었고 '공간감'이라는 낯선 주제를 가지고 소수의 사람들이 모였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각자가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공간감이라는 단어를 흔히 쓰지 않기 때문에 이 단어가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졌고 이에 그 단어가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검색해 보게 되었다.
공간감 : 구체적인 사물의 형상이나 입체감. 원근, 거리감으로 인해 뚜렷하게 시각화되는 사물, 물체와 구분되는 빈 공간
텅 빈 곳의 느낌, 아무것도 없는 빈 곳
내가 찾은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그리고 다른 자료들을 서치한 후 공간감이란 공간에서의 느낌을 뜻한다고 정의내리게 되었다. 그 이후 공간감이라는 단어가 쓰인 책들을 검색하며 나는 처음 들어보는 말들을 몇 개 발견했다.
한 가지는 '공동 공간감' 이라는 말이었는데 미디어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말하기를 '의사소통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근접성 정도'를 뜻한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말의 공간감' 이었고 이 내용들이 내게 포커스되는 것을 느꼈다.
공동 공간감이란 공동 현존감과 유사한 개념으로서 매개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에서 '타인과 함께 있다는 느낌' 혹은 '같은 장소에 있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의사소통 상황에서 지각되는 다른 사람에 대한 근접성의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매개된 환경에서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현존감'이라면 '공동 공간감'은 '실제로' 그리고 '함께' 있음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미디어 심리학 발췌
말의 공간감
일상적인 말에는 방향과 거리가 존재한다. 듣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현실에 존재하기 때문에 방향과 거리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모든 말에는 본능적으로 방향과 거리가 실린다.
1미터 거리의 앞사람과 눈을 맞추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을 때와 여러 명과 함께 대화할 때, 복잡한 길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부를 때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낭독의 말은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낭독자의 상상 속에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말에 공간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2차원적인 음성이 3차원적인 공간의 말로 바뀌고 그것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리적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오디오북과 낭독 발췌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존감, 심리적 공간, 커뮤니케이션 등의 단어들에 눈길이 갔고 어떤 부분 내 마음이 매료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사람의 말, 청자, 화자, 커뮤니케이션, 관계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다. 이 날을 계기로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대한 글을 일부 접할 수 있었으며 소설이나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도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욕구 때문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걸 느꼈고 그것은 관계를 대할 때 되도록 진실에 닿고자 하는 어떤 집요한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날 내가 정리했던 몇 가지의 단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공동 공간감 : 타인과 내가 '공간에 함께' 존재함을 강조한 개념
현존감 : 타인의 '존재'에 관한 지각에 초점
존재 : 실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대상 지칭
나의 존재 : 여기에 있는 것
타인의 존재 : 거기에 있는 것
사회적 현존감 :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에서 타인에 대한 현저성으로 정의
현저성 :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커뮤니케이터가 타인의 존재와 부재를 인지하는 정도로 해석
공존감 : 고프만 정의, 개인이 타인에 대한 접근 가능성 여부, 즉 타인과 같은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인식으로 정의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서로의 시선을 인식하는 상호관찰 발생)
나는 이 언어라는 것이 개개인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금 더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말에 관한 것이든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한 것이든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 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이라면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들을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듣지 못해 발생되는 수많은 어려움, 그것이 우리 관계에서 발생되는 갈등의 형태라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이 여정에 브런치에서 작성하는 글들이 하나의 발자국이 되어 끝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이곳에 잘 담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