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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Jul 24. 2019

"너는 네 혀도 씹잖아"

아버지가 말하셨다.

대학에 입학하고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작은 일식집이었는데 손님들은 모두 나의 또래보다는 '어른'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 참 떨렸다. 하지만 손님으로만 지내다 직원이 되어 떨렸던 순간은 어제처럼 지나가고 어른들간의 마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먹어본 적 없는 낯선 음식의 이름과 술의 이름은 금세 적응했지만 사람들간의 마찰은 얄궃게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다짜고짜 반말하는 아저씨들, 똥 기저귀를 버려달라는 분, 바닥에 가래침을 모아 퉤 뱉는 할아버지들을 마주할 때면 한 번쯤 묻고 싶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 지금 찾아 왔어요?" 학교 밖 세상에는 참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20살이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하다보면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하는데 내가 소파에 기대있는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그 예다. 아무리 좋은 말도 혼나는 느낌을 주는 아버지는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그 날만큼은 먼저 다가가고 싶었다.


"아빠,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줄 알았나."


평소였다면 이 정도에서 대화는 끝이 났었다. 하지만 그 날은 아버지에게 오늘이 얼마나 힘든 하루였는지 말하고 싶었는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니, 일은 견딜만 한데 사람들 만나는 게 그렇네."

"야, 네는 입에 있는 네 혀도 씹을 때도 있는데 사람들하고 일하면서 어떻게 부딪힘이 없겠노. 생길 수 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해봐, 부딪혀도 보고! 누구랑 싸워보기도 해봐...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야."


혼나는 느낌은 여전했지만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안의 혀도 씹는 사람인데  밖의 타인을 어떻게 마음대로 하려 했을까. 문득 티비를 멍하니 쳐다보시던 아버지가 달라 보였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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