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책읽는 서러움
<엄마는 책읽는 나를 혐오했다>라고 쓰고 긴 글을 마구 써댔는데 결국 길을 잃은 분풀이가 되어 다 지웠다.
나는 공부는 안하고 독서만 하는 아이였다.
앉아서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되고 공식을 대입하며 읽을 일도 없으니 그저 앉아서 책장을 넘기며 책 읽는 일은 참 쉬웠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좀 더 어려운 책, 남들이 읽지 않는 책을 찾아서 억지로라도 완독하던 아이였다.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던 엄마는 유독 책읽는 내 모습에 민감했다.
책을 읽고있으면 '니가 이상한 건 다 책을 읽어서다' 라고 말했다.
도무지 들으면 이해가지 않는 목표를 가지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공부 하기싫으면 그냥 졸업장만 따면 되는데 왜그렇게 학교가기 싫어하고 삐뚤어지는지 엄마 눈엔 다 책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애가 저러는 거다.
책을 읽으니까 이상한것만 알아가지고 이상한 소리만 해댄다는 게 엄마의 지론이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책읽는다고 가르치려 드냐' 라는 말로 날을 세웠다.
너무 삐뚫어지니까 한참 엄마의 멘탈도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식새끼 아무짝에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아이와 함께 친정에가서 엄마가 아가랑 놀아주는 동안 가방에서 꺼내 책을 읽었다.
엄마는 우스갯소리였겠지만 '책 읽을 시간에 애나봐라' 라고 웃으며 말했고 난 분통을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원랜 나는 한 또라이 하지만 출산 직후 1년은 시또였다. 시간 또라이
결혼 후 엄마와 싸우는 일도 없고 이젠 나를 그저 자식키우느라 고생하는 딸로 측은하게 봐주지만 여전히 친정에 놀러가 잠시 머물고 있을때 눈치를 보며 '엄마 나 책좀 읽어도 돼?' 한 번 물어보는 습관은 고쳐지지 않는다.
괜히 찔려서 ' 이번 독서모임 책인데 ~ 내가 진행을 하니 읽을 수 밖에 없네 ~' 하며 허둥거리는 나.
결혼 후 엄마랑 싸울 일은 없다. 떨어져 있으니 좋아졌고 담백해졌다.
엄마는 오히려 책 읽어도 되냐는 내 물음에 의뭉스런 눈빛을 보낸다.
'언제는 안읽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