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너
스스로 겪어보고 이겨내는 방법뿐
이직 후 교육 과정 개발 담당자로 일 년 정도 일을 하다 회사가 많이 성장해 더 많은 멘토를 더 빠르게 모셔와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동일한 포지션으로 신입을 채용하게 되었다. 모든 채용과정에 업무 유관자들이 참여하는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 포지션 채용에는 진짜 진심에 진심을 다했다. 정말 괜찮은 친구를 뽑아서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고, 또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생기는 파장은 없을 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나한테 방해가 되는 친구를 뽑느라 소중한 내 업무 시간을 허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지원자는 꽤 있었다. 몇 분을 면접을 봤는데, 묘하게 아쉬웠다. 인사 팀장님보다도 내가 더 깐깐하게 봤던 것 같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업무가 보기에는 간단한 업무인 것 같지만, 업무 플로우가 정말 길고 또 여러 가지 역량을 요구하고 또 그 과정에서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기만의 확고한 이유와 고집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하면 할수록 더 느끼고 그렇기에 나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동기로 이 일에 뛰어든다면, 그 친구도 우리도 서로 좋지 않기 때문에 이 일을 통해 정말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또 회사에서 직접적이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친구와 일하고 싶었다. 쓰고 보니 정말 욕심이 과했다 싶지만 나는 그런 친구를 마침내 발굴했다!
2차 면접에서 너무 많이 긴장해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길 뻔했던 친구에 대해 상세히 어필해 최종적으로는 보석과도 같은 친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니 서론이 너무 길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둘, 셋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두 번 세 번 물어보지 않고 찰떡같이 이해하는 놀라운 이해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는 잘 맞았고 서로 시너지를 내며 열심히 일했다.
멘토를 섭외하고 교육을 만드는 과정에는 '영업'이 빠지지 않는데, 이 영업은 가끔 종종 꽤 힘든 상황에 놓인다. 그 케이스는 본인도 멘토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음에도 '날 더 설득해봐~', ' 내가 얼마나 필요한지 말해봐~'의 태도를 가진 분들이다.
좋은 멘토님을 모시기 위해 당연히 그 부분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맞지만, 종종 무례하게 행동을 하는 분들을 내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였다. 특히 인기 직무의 경우 멘토 한 분을 모셔올 경우 많은 멘티들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매출도 꽤 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맞이할 때면 혼자서 해결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퇴근한 이후 그 친구 혼자 멘토님과 전화로 과정 개설 관련 설명을 드리는데 멘토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아 재차 질문을 하자 왜 말을 알아듣지 못하냐며 고함을 지르는 상황이 생겼다. 그 친구는 본인이 잘못한 바가 없음에도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그 고함을 들었다 했다. 속상했고,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해당 멘토님은 이성을 찾은 다음 날 아침 그 친구에게 본인이 어제 사랑니를 빼서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다며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황당했다. 본인이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걸까? 기분이 좋든 좋지 않든 애초에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해당 내용에 대해 팀장님, 그 친구, 나 셋이서 상황을 공유했다. 전하는 과정에서 이 친구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말해서 기분이 상하셨나?', '이렇게 안 했으면 그래도 이렇게 안됐을 텐데 나 때문에 뭔가 문제가 일어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따져 물을 것도 없이 명백한 멘토의 잘못이고, 이런 멘토는 전혀 파트너십이 없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멘토에게 멘토 자격을 부여할 수 없는 것은 기본이고, 또 앞으로 업무를 진행할 때 아무리 섭외하고 싶은 인기 멘토더라도 일정한 선을 넘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들어주지 말고 통화를 끊을 권리가 있으니 그 점에 대해 꼭 명심하라고 말해주었다.
본인의 문자에 대한 답이 없자 계속해서 그 친구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 멘토를 보며 친구가 다시 많이 동요하고 힘들어했다. 해당 번호를 즉시 차단하기로 하고 해당 멘토에 대한 조치를 cs 담당자에게 이관하고 그 친구를 데리고 나가 위로해주었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내가 잘못한 게 없더라도 '회사와 연관된 사람인데 내가 조금이라도 무례하게 해서 회사에 피해가 오면 어쩌지?', '이런 말을 꺼내는 거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다 내가 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면 회사에서는 네가 잘못한 건 없어라고 말하며 그래도 이렇게 이렇게 해주라고 했었다. 결국 다 받아주란 결론이었다. 그렇게 나는 을 중의 을이 되어가며 더 이상 좋아하던 일이 하고 싶지 않아 졌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절대 그런 결론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꼭 말해주고 싶었다. 그 일이 별 일 아니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너무 좋지만, 애석하게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그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이렇게 힘들어하면 스스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자고.
그리곤 비슷한 나의 과거의 사건을 공유해주었다. 그 당시 나를 달래주던 지금의 나와 같은 과장님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뭐 원래 잘 우는 사람이니까 크게 놀라지 않더라.(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은 그렁그렁이다.)
지금의 내가 이 상황을 이렇게 담담하게 여기는 것이 신기하고 어떻게 저러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그랬다고. 그런데 막상 나도 그때의 과장님처럼 시간이 흘러 너를 위로하는 시점이 오니 정말 별 일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시간이 흘러 또 너도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나의 너스레에 그 친구는 종종 웃고 또 말하다가 감정이 복받쳐 울기를 반복하다가 기특하게도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밖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 안 될 것 같다며 일하러 가자고 하며 감정을 추슬렀다. 그렇게 그 친구에게서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토록 힘들었던 경험으로 이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고마웠고 아이러니했다. 결국 겪어보고 스스로 이겨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고, 그 방법을 습득하는 것을 우리는 소히 '짬바'라고 부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