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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칠이 일상꽁트 Aug 12. 2016

우직한 농부의 정직한 밭에서 만난 유기농 옥수수

뚜벅뚜벅 취재일기

여름이 되면 휴가철 꽉 막힌 도로에 홍길동처럼 나타나는 간식차에서도, 흔히 는 길가 포장마차에서도 어김없이 옥수수를 만난다. 잘 쪄진 옥수수 양끝을 쥐고 하모니카를 불 듯 좌로 우로 훑어가며 알맹이를 떼어먹는다. 개구쟁이 아이도, 체면 차리는 어른도 먹는 모습은 모두 같다. 탱글탱글한 알맹이들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달큼한 맛이 난다.


7,8월 여름이 제철

옥수수는 여름이 제철인 작물이다. 여름이면 농촌에서 흔하게 보는 어른 키보다 큰 옥수수는 4월에 파종하고, 5월 밭에 정식을 해서, 7월쯤 수확한다. 노지에 심어둬도 큰 어려움 없이 잘 자라는 작물이지만 간혹 조명나방과 노린재 등의 해충이 옥수수를 못살게 군다. 특히 이번에 찾은 옥수수밭은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어 이놈들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 이 해충들은 겹겹이 쌓인 껍질을 요리조리 파고들어 안쪽의 옥수수 알맹이를 갉아먹는다. 겉으로는 잘 표시가 나지 않으니 수확 후 껍질 윗부분을 일일이 벌려보며 선별 해야 하는 수고를 안긴다.


생으로도 맛있는 초당옥수수

농부는 옥수수 몇 개를 따서 껍질을 벗겨 건네주신다.

“한번 먹어봐요.”

“옥수수를 생으로도 먹나요?”

소도 아니고 사람이 생옥수수를 먹어도 되나 의심을 하며 맛을 본다.

‘어라? 맛있네?.'

예상과 다르게 맛이 좋다. 단물이 나는 알맹이가 톡톡 터진다. 이 옥수수가 초당옥수수다. 초당옥수수는 옥수수 종류 중에서도 당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입안에 퍼지는 단물을 가만 느끼고 있으니 '초당'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맛보다 식감을 더 원한다면 찰옥수수를 선택해야 한다. 당도는 초당옥수수보다 덜하지만 잘 쪄서 먹으면 쫄깃쫄깃함이 일품다.


한 몸에 꽃 두 개, 자웅 이화

옥수수 꽃은 자웅 이화로 한대에서 자라는 암수가 서로 다르다. 수꽃은 옥수숫대 위에 수수처럼 보이는 부분이다. 암꽃은 우리가 아는 옥수수수염이고 열매 밖으로 나온 수염이 꽃가루를 받는 암술대다. 수꽃이 개화 하고 바람을 따라 날려 암술대 주변에 떨어지면 관처럼 생긴 암술을 타고 껍질 속에 꽁꽁 감춰진 알맹이까지 도달해 수정이 된다.

신기하게도 옥수수수염(암꽃)의 수는 옥수수 알갱이의 수와 같다. 엄마와 아이를 연결하는 탯줄처럼 수염 한 개에 알맹이 한 개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수정이 되어야 할 시기를 놓치고 제대로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알맹이가 영글지 못해 그 자리가 텅 비어버린다.

수정이 모두 끝나면 수꽃을 잘라준다. 이렇게 해줘야만 밑에 새로 나는 옥수수 열매에 더 이상 수정되는 것을 막아주어 위쪽의 옥수수들이 더 잘 영글 수 있다.


   유기농업

옥수수를 모두 수확하고 난 뒤 옥수숫대는 어떻게 될까? 이 곳에서는 그대로 밭에 흙과 함께 갈아엎어 준다. 자체로 좋은 유기물이 되는 것이다. 굳이 따로 거름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내 밭에서 유기농으로 내가 직접 키웠으니 농약 걱정 없이 안전하다. 유기농업은 이렇게 자연 그대로 순환하는 농사다. 억지로 무엇인가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과 함께 짓는 농사다.


10년간 이룬 보물, 영농일지

“올해 옥수수 파종은 언제 하셨어요? 정식은 언제였죠?”

계속 이어지는 질문에 정신없으신지 가만히 영농일지를 보여주신다. 일지 안에는 부부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10년 전 덜컥 큰 농사를 맡게 되고 언제 뭘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는 영농일지. 이맘때 무엇을 했나 헷갈릴 때면 지난 일지들을 들춰본다.

“농사는 기억만으로는 힘들어.”

차곡차곡 쌓인 10년의 기록이 부부만의 방식이 됐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된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늘 부지런했던 시간이 주는 값진 선물이다.


유기농을 어떻게 믿느냐고 묻는다면 농부의 손을 보라고 얘기 주고 싶다. 햇빛에 검게 그을린 그들의 얼굴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아무렇게나 흙이 묻어있는 땀에 젖은 옷을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내가 만난 유기농은 신뢰의 농사요 믿음의 농사다.

옥수수밭에 한참을 서서 쑥스러운 듯 이야기하는 부부의 모습이 참 좋았고 고마웠다. 요즘 같이 음식에 대한 불신이 넘쳐날 때 내 밭에서 난 작물을 거침없이 따서 함께 먹어보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그들에겐 자부심이다.

쉽게 자라는 것인 줄 알았더니 알맹이 하나하나가 농부의 땀과 길로 영그는 것이었다.  ! 고맙습니다 농부님!



2016.07.01

뚜벅뚜벅, 뚜벅이로 다니는 전국 팔도 취재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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