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띠라는 이름의 토끼

5.

by HeyHej

전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라진 것 같기도 한 나날이 이어졌다. 볕이 좋은 주말이면 이따금 둘은 나를 안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보통 강아지들이 이런 걸 한다던데, 내 몸통에 벨트를 채우고 길다란 끈을 묶은 다음 나를 잔디밭에 내려놓았다.


어쩌다 한 번 맡은 바깥 공기가 어찌나 신선하던지! 아직도 그 때의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어 보기도 하고 산책 나온 다른 작은 동물들을 구경하다가 나무 밑동에 기대어 앉아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나를 묶고 있는 끈의 저 끝, 먼 발치에서 남자와 여자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내 움직임 하나 하나에 즐거워했다.


"와, 토끼, 토끼!!"


아기들은 나를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뗀 어린 아기들을 보는 게 나는 제일 즐거웠다. 나보다 몸집은 훨씬 크면서도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 아기는 참 귀여웠다.


여자와 단 둘이 집에 있던 어느 날, 여느 때 처럼 딸기 꼭지를 내게 주며 그녀가 말했다.


“정말 잘 먹네. 그렇게 맛있어? 딸기 꼭지는 무슨 맛이야? 이렇게나 맛있게 먹으니 내가 다 먹어보고 싶어지네. 샨띠, 널 처음 키웠던 주인이란 사람도 널 이렇게나 귀여워 했겠지? 며칠 여행하고 돌아와도 난 네가 무척이나 보고 싶고 궁금하던데. 그 사람은 네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그 친구란 사람, 대체 누굴까? 지금 외국에 있댔나? 그래도 얼마에 한 번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까? 샨띠를 보고 싶다고 하면 내가 우리 집에 초대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알려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네 남편의 전여친이란 걸 알면 넌 지금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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