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때 본 그 여자가 집에 왔다.
"샨띠, 안녕? 잘 지냈어? 나 기억하지? 앞으로 우리 자주 볼 것 같은데, 잘 부탁해!"
그 다음 날에도, 주말에도 나는 그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생김새, 말투, 행동까지 처음에는 낯설기만 해 보였던 여자가 언젠부턴가 남자와 조금씩 비슷해져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닮아가는구나.'
어느 날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자기야, 샨띠는, 왜 샨띠야? 그러니까, 이름이 왜 샨띠인거야?"
"어, 샨띠는 힌디어로 평화를 뜻하는 말이래. 샨띠를 처음 키운 친구가 붙인 이름이야."
"평화. 예쁜 이름이네. 근데 그 친구가 누구지? 키우던 동물을 맡길 정도면 되게 친한 사이였겠네?"
"응, 같은 과 친구였어. 지금은 유학 가 있어서 나도 못 본 지 꽤 됐네."
"그렇구나. 아참, 그나저나 나 토끼가 이렇게 딸기 꼭지를 좋아하는 줄은 처음 알았어. 마트에서 딸기만 봐도 이젠 샨띠 생각이 난다니까?!"
남자가 일이 바빠 집을 비우는 날이면 여자가 나를 보러 오곤 했다. 남자가 늘 하는 것 처럼 그릇에 적당한 양의 사료를 부어주고, 건초 가지들을 정리해 주고 케이지 바닥을 깨끗이 치워주었다. 시원한 물도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 덕분에 남자가 아무리 바빠도 나는 늘 깨끗한 케이지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케이지 문을 열어주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 내 이마를 대고 천천히 비볐다. 마치 토끼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그녀는 고맙다는 나의 인사를 잘 알아들었다.
"그래, 이제 너도 내가 편해졌구나? 나도 고마워 샨띠. 지금은 내가 가끔 이렇게 널 보러 오지만, 앞으로 우리 같은 집에 살게 될 거야. 우리 곧 결혼할 거거든. 더 넓고 좋은 집에서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 어때, 너도 좋지?"
몇 달이 지났을까, 아니 몇 번의 계절이 더 지났을까. 여자의 말처럼 둘은 결혼했고 드디어 우리 셋은 한 집에 같이 살게 되었다. 이전에 살던 곳 보다 훨씬 넓고 밝은 집에서 두 명의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다. 두 명의 사람과 같이 살게 되다니! 토끼 인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