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띠라는 이름의 토끼

2.

by HeyHej

정말이었다. 여자가 말했던 것처럼 남자는 아주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배고프지 않도록 사료와 건초를 놓아주고 깨끗한 물을 주었다. 덥거나 춥지 않도록 늘 세심하게 살폈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면 내 작은 케이지 앞에 몸을 낮추어 엎드려 나와 눈을 맞추고 하루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음악을 좋아해서 늘 집안에 음악이 흘렀는데 이 음악을 누가 만들었고, 그 음악가는 어떤 사람이고, 이 음악은 어떤 장르이고, 비슷한 음악은 뭐가 있는지... 신이 나서 얘기하곤 했다. 특히 그가 더 신이 나서 나에게 말을 걸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땐 꼭 그에게서 요상한 냄새가 풍겼다.


"샨띠, 내가 오늘 술을 좀 마셨거든? 너무 기분이 좋아서 말야. 우리 샨띠 오늘 혼자서 뭐 했어? 케이지 안에만 있느라 답답했지? 아이구... 이리 나와 봐, 어서."


남자는 혼자 뭐라고 더 중얼거리다 이내 잠이 들곤 했다. 그런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그의 모습은 늘 비슷했다.


"어휴, 또 내 잘못이지. 이 바보, 샨띠를 밖에 꺼내놓고 또 그냥 잠들어버렸네."


케이지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밤새도록 내가 한 일이라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의 까맣고 긴 전선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것이었다.


“또 고객님 댁이네요? 이번에도 이 토끼 짓인가보죠? 아유, 이렇게 자꾸 전선 갉아먹다가 토끼가 감전이라도 당하겠어요. 앞으론 조심 좀 시켜주세요. 자, 이번엔 어딜 또 고쳐드려야 되나…”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맛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냐고? 앞니가 간질간질한 나는 토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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