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띠라는 이름의 토끼

1.

by HeyHej

그를 처음 만난 건 지금처럼 봄이었던 것 같다. 따뜻했고, 해가 맑았다. 조금 더운가 싶기도 한 그런 날이었다.


"안녕? 나 누군지 알겠어? 난 전에 너 몇 번 봤는데. 전보다 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음… 앞으로 잘 지내보자. 참, 너 이거 좋아하지? 먹어볼래?"


그가 내민 건 딸기의 꼭지였다. 빠알간 딸기 몸통 말고, 초록색 꼭지. 사람들은 먹지 않는 바로 그 부분. 킁킁 냄새를 맡고 조심스럽게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와, 정말 먹네?? 토끼는 토끼풀만 먹고 사는 줄 알았더니, 딸기 꼭지를 이렇게 좋아하는 구나! 신기하다."


'아, 맛있어. 이 토끼의 취향을 잘 알고 있군?!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토끼다. 원래 내가 같이 살던 사람은 여자였다. 나를 예뻐해주었지만 너무 바빴던 그 여자는 나를 데려가기엔 너무 먼 어딘가로 떠난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부턴 나를 잘 돌봐줄 수 있을 것 같은 어떤 남자와 같이 살아야 한다고 했다. 전남친? 그게 그 사람의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샨띠, 넌 그 사람을 곧 사랑하게 될 거야. 아주 착하고 좋은 사람이거든. 믿을 만한 사람이 왜 전남친 밖에 생각이 안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쨌든, 잘 지내. 꼭 다시 보러 갈게!"


두 사람이 무슨 사이이고, 내가 왜 이 사람의 집에 오게 되었는지 여자는 여러 번 설명해주었지만 나는 다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의 일을 토끼인 내가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사람이 토끼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