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띠라는 이름의 토끼

6.

by HeyHej

어떤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람의 시간과 토끼의 시간은 같을까, 다를까. 다르다면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사실 지금에야 고백하지만 나는 내가 몇 살인지 잘 모른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면 한 살 더 먹는다고도 하고, 또 몇 번 씩 돌아오는 생일을 함께 축하하기도 하던데 토끼인 나는 그게 왜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새로운 집에서 두 사람과 같이 지낸지 얼마가 지났을까. 나는 내 몸이 전과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태어나 줄곧 사람과 함께 살아왔지만 대자연에서 살아온 토끼의 유전자가 내 몸에도 흐르긴 흐르나 보다. 생태계의 가장 넓적한 아랫단을 차지하는 나 같은 초식 동물은 죽기 직전까지 아픈 데가 있어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한다. 티를 내는 순간 천적들이 온 사방에서 몰려와 나를 덮칠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래도 내가 아프다는 걸 미리 알렸더라면 좀 달라졌을까?


"그러고보니 자기야, 요즘에 샨띠가 '쿵!' 잘 안하네? 기분 좋을 때 옆으로 쿵 하고 쓰러져서 눕는 거 말야."


"아... 정말 그러네? 예전엔 하루에도 몇 번 씩 봤던 것 같은데. 혹시 어디 아픈 건가? 아님 그런 행동은 아기 토끼일 때나 하는 건가?"


며칠 전 두 사람이 하는 대화를 들었는데, 내가 늙고 병든 걸 알아챈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다행히 그냥 내가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언젠가부터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잠도 자지 못하고 끙끙 앓았는데, 남자와 여자가 몰랐다는 건 나를 스스로 잘 지켰다는 뜻이니까 나는 역시 똑똑하고 힘 센 토끼 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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