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중요한 순간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내가 남자의 집에 온 것도, 그의 새 여자친구이자 지금의 아내가 된 그녀를 처음 만난 것도, 그리고 내가 몸져 눕게 된 것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별의 시간이 머지 않았다는 걸.
하루 이틀 사이에 나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샨띠! 샨띠! 일어나 봐! 왜 이렇게 누워만 있는 거야?"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놀랐는지 토끼인 나보다 더 동그래진 두 사람의 눈도 보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내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길로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며칠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은 너무 길고 어려웠다.
"네? 뭐라고요?"
선생님의 말 끝에 남자가 여러번 이렇게 되물은 걸로 봐선 사람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나보다. 그러니 토끼인 내가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집에서 잘 키우셨는지 야생의 토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오래 살았다'는 것과 '배 속에서 암덩이 같은 무슨 세포들을 잘라내서 몸 밖으로 꺼냈지만 더 건강해질 것 같지는 않다'라는 내용이었는데 쉽게 말해서 이제 너무 늙었고 이렇게 아픈 토끼라면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 나는 다시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의 '마지막 가족'인 두 사람은 방 한가운데 폭신한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나를 눕혔다. 둘은 오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곁에 앉아있기만 했다. 내 눈을 바라보며 연신 나를 쓰다듬고 어디가 아픈지 기분은 괜찮은지 혹시 먹고 싶은게 있지는 않은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밤이 되어 조금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다시 겨울이 된 건가, 그렇다면 이게 나에게 몇 번 째 겨울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가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감았다. 어디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졸린 것 같기도 하고 벌써 꿈 속인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자꾸만 들었다. 지금까지 나를 아껴준 남자와 여자를 처음 만났던 때가 바로 어제 일 처럼 생생하다. 짧았는지 길었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지난 시간들이 눈을 감자 한 장면 한 장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