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글쎄, 그냥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키우던 동물을 보낼 정도면 보통 친한 친구가 아니란 얘긴데 생각해보니까 우리 결혼식에 그런 친구는 온 적도 없고 그동안 그런 친구를 나에게 소개시켜준 적도 없었어. 친한 친구들은 서로 다 소개해줘서 모두 안다고 생각했거든. 나 원래는 의심이 정말 많은 사람이거든? 근데 왜 그냥 친구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을까? 나 정말 바보 같지 않아?"
그렇구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아무 의심 없이 믿어주는 것이구나.
"아니. 난 네가 그 사실을 알면 화를 낼까봐 걱정했는데. 괜찮아? 전에 만났던 사람과 주고 받은 선물 같은 걸 보기만 해도 화가 날 것 같은데 심지어 나는 이렇게 너랑 계속 살아왔잖아."
"글쎄, 처음엔 좀 황당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거든? 그런데 그 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 오히려 너무 미안해할 것 같아서 도저히 입을 뗄 수가 없더라구. 그리고 뭣보다 샨띠 네가 이젠 내 가족이 되어버려서 네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살았는지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 돼버렸어.”
사랑하면, 아무 것도 상관 없게 되는 것이구나.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 네 얘길 들으니 이젠 나도 마음이 편해졌어. 그동안 너에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도 조금 있었거든. 내가 뭔가 숨기는 것 같아서 말야."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겠니, 너의 선택도 아니었잖아. 샨띠. 그럼 너의 이름처럼 이제 너도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거네?"
"그래, 맞아. 이제 나의 평화를 너에게도 나눠줄게. 언제까지나 이 샨띠의 평화가 너의 곁에 있을거야!"
괜히 내 이름이 '샨띠'가 아니구나, 이제껏 이름이 이렇게까지 고마운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