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유난히 길고 어두웠던 그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샨띠는 남편의 품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강아지처럼 짖지도,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우지도 않는 토끼와 같이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토끼와 소통을 어떻게 하느냐고, 주인을 알아보긴 하느냐고 말이다. 모르는 소리. 토끼도 다른 동물과 똑같았다.
케이지 밖에 꺼내두면 곁에 다가와 몸을 맞대고 누워있기를 좋아하고 이마를 쓰다듬어 주면 좋아했다. 좋아하는 간식을 주면 사각사각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우고, 입맛에 맞지 않는 사료를 주면 본체 만체 했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샨띠와의 마지막 밤, 이 작고 귀여운 토끼와 나눈 대화를. 샨띠 곁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방 한 구석에 잠들어 있는 남편이 보였다. 자고 있는 줄만 알았던 샨띠는 깨어있었다.
“샨띠, 언제부터 깨어있었던 거야? 기분은 좀 어때?”
“응, 좋아. 나 얼마나 오래 잔 거야? 푹 자고 일어났더니 한결 개운한 기분이야.”
케이지 밖에 샨띠를 꺼내놓고 잠이 들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니. 신기하면서도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같았다면 집안 구석구석을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온 전선을 모조리 갉아먹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샨띠는 며칠 째 이불 위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
“샨띠, 그동안 우리와 함께 지내줘서 정말 고마웠어. 너에게 이 얘길 꼭 하고 싶었거든. 내가 토끼가 아니라서 너의 모든 생각을 알 순 없었지만 그래도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 꽤 잘 지냈잖아.”
“나도 정말 고마워. 토끼는 처음 보는 거라고 우리 처음 만나던 날 얘기했었지? 처음 보는 토끼기 낯설고 어색했을텐데 지금까지 날 잘 돌봐줘서 고마워. 네가 챙겨준 딸기 꼭지도 언제나 참 맛있었어. 그리고, 그동안 내가 하지 못한 말이 있었는데 말야.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했었지? 저... 그게... 난...”
"샨띠, 나 알고 있었어. 네가 처음 누구에게서부터 왔는지. 널 보냈다는 그의 친구가 사실은 그냥 친구가 아니었다는 걸 말야.“
"헉, 알고... 있었다고?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