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시장으로 활용된 이후 F1963이라는 복합 문화공간이 탄생했으니 이 갤러리가 이 공간의 시초가 된 셈이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바로 이 전시 때문이었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30여년 작품 세계를 회고하는 개인전이었다. 이전에 작품들을 다시 모으고 복원하거나 보완, 발전시켜 재현해 내었다는 전시의 작품에 앞서 나는 작가의 책에서 만난 글에 매료되어 있었다. 2014년부터 순수문예지에 연재한 글과 그림을 엮은 책 <사물의 뒷모습>에서 살짝 먼저 만나본 전시였다.
첫 대면하는 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작품을 제대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난 엄마의 일일 가이드 자격을 내려놓아 버렸다. 작가의 의도된 의미와 상징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의류전시장의 제품들로 왜곡되어 엄마에게 그야말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갔다. 2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리면서 보인 뒷모습을 표현한 작가는 "진실은 사물의 표면보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 숨어있다"는 생각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가에게는 애석하게 되었지만 애당초 '작품'이든 '제품'이든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의도했던 이면은 매일 보는 것들이 아닌 조금은 새로운 볼거리를 구경시켜 드리고 싶은 당일치기 나들이를 알차게 채워준 것들 중 하나로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오늘 길에 기장 곰장어를 잡아오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짚풀 곰장어 대신 치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