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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작가 Nov 09. 2020

아토피야 아토피야, 내 피부 줄게. 내 아이한테서 꺼져

아토피 아이를 키운다는 것

건조하다. 콧구멍 안이 바싹 말라 숨 쉴 때마다 시큰하다. 입술도 말라 붙어 창백하다 못해 허옇다. 피부는 말할 것도 없다. 손으로 문지르면 석석 소리가 난다. 말하거나 웃을 때마다 바짝 마른 얼굴에 주름살이 자글거린다. 가을이다. 하여 이 계절에는 가습기가 필수다. 하루 종일 틀어놓지만 어쩐지 내 피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아이를 낳느라 두 번 가른 내 배의 수술 자국은 날씨가 건조해지면 어김없이 날 가렵게 만든다. 대놓고 긁기에는 조금 민망한 부위라서 최대한 자제하려 애쓰지만, 가려움에 장사 없다. 틈날 때마다, 몰래몰래 긁고 또 긁는다. 집에 하루 종일 있는 날이면 손이 쉴 새 없다. 너무 긁어서 아프다 못해 이러다 배가 다시 갈라지는 거 아닌가 싶을 때쯤 연고를 덕지덕지 바르고 배꼽까지 올라오는 배바지로 동여맨다. 하지만 밤에는 속수무책이다. 잠든 사이에 내 손이 하는 일을 나는 모른다. 긁느라 제대로 자지 못하는지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배에 바른 보호테이프는 너덜너덜 떨어져 있다.


가려워서 괴롭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반사적으로 아이들이 생각난다. 금쪽같은 내 새끼들, 세 명의 나의 아이들.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모두 아토피 증상이 있다. 태어나서 백일 쯤 될 때부터 발갛게 올라오더니, 동전 습진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녔고 아이들은 가려워서 긁다가 울었다. 제발 아토피만은 아니었으면 싶어서 용하다는 소아과, 피부과 몇 군데나 수소문해서 찾아다녔지만 모두 아토피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찾은 병원에서 내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아이의 피부 상태를 설명하는데 눈으로 아이의 피부 상태를 보던 의사가 내 말을 자르고 물었다.

"임신했을 때 빵 많이 먹었어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대답을 하자면, 맞다. 먹덧 탓에 토할 때라도 목구멍 안 아프게 부드러운 빵을 제법 먹었다. 그럼 지금 아이 피부가 저런 건 내가 임신했을 때 '나 살자고 빵을 많이 먹어서'라는 말인가? 나 때문에 지금 애가 가려워서 고통스럽다는 말인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뒤로 의사가 별다른 방법은 없으니 보습 잘해주라는 말에 고개만 주억거리다 나왔고, 차에 타서야 서럽게 눈물을 찍어대며 울었다.

"다 내 탓이었어. 내 탓이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목구멍에서 피날 것 같아도 아이에게 좋은 거 먹을 걸, 나 좀 편하자고 빵을 먹어서 아이를 아토피로 고생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수년이 지난 지금도 내 가슴을 찍으며 후회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어쨌든 그날 이후 나는 내 새끼들의 아토피 유발자이다.


다리와 팔 뿐만 아니라 목, 심하면 얼굴에도 긁은 상처로 피딱지가 앉은 아이의 모습을 보는 일은 괴롭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안타까워 혼자 울기도 하고, 밤새 아이 옆에서 로션을 바르며 문질러주고, 차라리 긁지 말고 때리라는 엉뚱한 소리까지 하면서 보낸 시간이 수년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세 명이다.

누구는 물을 잔뜩 마시게 하라고 하고 누구는 오일 목욕을 시키라고 한다. 먹는 것을 철저하게 제한하라고도 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이라고도 한다. 양약도 써보고 한약도 써보고 민간요법도 해봤지만 나아지지 않고 점점 온몸으로 번지며 심해진다. 내가 뭘 잘 못하고 있을까, 뭘 놓치고 있을까.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공부를 하고 정보를 찾지만 쉽지 않다.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넘쳐나는 정보와 갈피 못 잡는 진단과 처방 틈에서 제대로 정신 차리는 것조차 어렵다. 대체 어째야 한단 말인가. 괴롭고 답답하다.


하지만 나는 마음뿐이다. 진짜 괴롭고 힘겨운 건 아이다. 아이는 매일 가렵고 건조한 피부와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겹게 한다. 첫 째 아이는 피부 양상이 작년부터 조금씩 변하더니 지금은 아토피와는 조금 달라졌다. 병원에서 말하는 병명도 여러 가지다. 습진이라고도 하고, 아토피라고도 하고, 건선이라고도 하고, 모공각화증이라고도 한다. 얼굴까지 번진 아토피인지 모공각화증인지 모를 문제는 아이의 마음도 아프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의 얼굴에 머물기 시작했고, 오지랖 넓은 사람들은 한 마디씩 보탠다.

"얼굴에 난 건 뭐예요? 여드름인가?"

"애가 피부가 왜 이래요?"

제발 모르는 척해주라고, 그 입을 꼬매기 전에 내 아이에 대해 입방아 찧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지만, 나는 그저 애매한 표정으로 "건조해서 그래요."라거나 "피부가 어때서요?"라고 말하며 그 사람에게 소심하게 맞설 뿐이다.  


이제 아이는 낯선 사람들 앞에 서면 고개를 숙이고, 뭔가 벽에 부딪치면 "내가 아토피라서 그래"라고 말한다. 마음이 찢어진다. "내 아기, 피부 때문에 속상하고 힘들구나. 엄마가 안아줄게." 위로도 해보고, "내 아들, 아토피가 어때서. 그냥 피부가 조금 건조한 것뿐이야. 우리 아들은 지금도 잘생기고 멋진데! 그림도 잘 그리고 척척박사잖아. 밥도 잘 먹고 친구도 많잖아. 충분히 멋져. 너무 사랑스러워 내 아기!"라고 응원도 해보지만, 마음에서는 눈물이 쏟아진다. 행여나 내 마음이 전해질까 봐 염려하는 마음마저 없애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얼마나 더 강해져야 할까.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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