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를 돌리듯 사진기 버튼을 누르는 착각으로 시작한 이야기의 처음. 흑과 백으로 넘실거리는 경계를 바라본다. 암실은 오늘 거울처럼 유리창처럼 두드려보고 싶은 너머다. 사진이라는 프린트가 손가락 끝에서 알칼리성 용액으로, 벽으로 건조대로 이동하면서 어찌어찌한 물성으로서의 숨을 고른다. 흐음 푸하, 으흐음 하휴으 우후. 촬영도 자유 감상도 자유 해석도 자유 재해석도 자유라 색다른 재미가 진다. 착각이나 호기심, 판단의 범주가 저마다 다르기에 배우거나 가르칠 때, 혼자 또는 함께 작업할 때 넘쳐나는 현장감이 더욱 진진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필름사진을 원한다. 신기하다. 그것도 탕진생활을 기꺼이 감당하면서까지.
딸캇 탈깍 기계를 만지작거리며 촬영이 이어진다. 한 여름 습기와 함께 물줄기를 뿜어내는 동작을 안정적으로 마치고 달아오르는 분수分數의 고저가 아득한 고향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든다. 얼굴과 목으로 땀이 물처럼 흐른다. 모든 구멍은 열리고, 7월의 짧은 여행이 바싹 달라붙는다. 끈적거리는 목 뒤로 미세한 침이 딱 꽂힌 듯 쩌릿, 즉 반사적 스피드로 목덜미를 내리치는 손바닥. 물커덩 지익 터져버린 잔인한 살상이 손아귀에 감금된다. 땀범벅인 채로 잡혀버린. 일그러진 검은 곤충의 최후를 확인해 보지만 개미인지 나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물린 자리가 갓 태어난 앵두알처럼 금세 부풀어 오른다. 볼록한 자국이 열기로 둘러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