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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지석 Jul 15. 2019

#21. 계획을 짜는 이유

METT+TC

생각한 대로 흘러가야 되고, 짜여진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약 7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생긴 직업병 아닌 직업병이다. 주변에 전역한 장교 출신 선후배, 동기들을 봐도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군이 만들어낸 후천적 성격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한때 직업병이 중증이었을 땐 장점보단 단점이 부각됐다. 특히, 일이 그릇돼도 계획을 바꾸지 않는 외골수 었다. 과거 연애할 땐 상대방과 상극된 성격에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서로가 힘든시기를 보냈다. 상대방과 입씨름을 할 때면 "명령하지 마"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외골수 보다는 유(油)함으로 단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갇힌 틀속에 기름을 더하니 준비성이라는 장점이 부각됐다.


외골수가 돼버린 이유

군대에서 작전은 즉흥이 없다. 작전계획은 끊임없는 워게임과 토론, 짜여진 틀속에서 지휘관의 결심으로 탄생한다. 만약 본인이 지금 당장 이순신 장군으로 빙의해서 왜구를 무찌를 계획을 짠다고 하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막막함 속에서 빛줄기를 내어 주는 건 METT+TC다.


군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METT+TC를 응용한다. 심지어 체육대회 일정을 짤 때도 METT+TC를 활용해서 계획을 도출해 내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일정에서부터 계획을 중요시한 환경에서 외골수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


METT+TC(메트티씨)는 무엇인가?

M(Mission) : 임무

임무는 쉽게 말해 지금 해야 될 일이나 목표를 말한다. 임무를 설정하면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을 가시화시킬 수 있다.

E(Enemy) : 적

적은 제한사항이다. 지금은 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임무를 저해하는 요소로 바꾸어 생각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T(Terrain and Weather) : 지형 및 기상

임무수행이 이뤄지는 장소, 지형 상태, 그리고 날씨 상황 등을 종합해서 고려한다.

T(Troops) : 가용 부대

가용 부대는 인원이 될 수도 있고, 장비가 될 수도 있다. 가지고 있는 정량적인 수치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T(Time) : 가용시간

C(Civilian) : 민간 요소


이처럼 METT+TC는 앞글자만 따온 약자의 조합이다. 군에서 METT+TC를 배웠지만 내가 가장 많이 써먹었던 적은 여행 갈 때가 아니었나 싶다.

M : 강원도 여행

E : 제한사항 → 쏟아지는 업무, 연차 사용제한 등

T : 강릉, 속초, 날씨 맑음

T : 나포함 한 명

T : 이번 주말

C : 생략

이렇게 초안을 짜두고 새끼를 쳐가며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 사회에 나온 지금도 계획의 첫발을 디딜 때면 METT+TC를 활용해서 접근한다.



METT+TC 접근법 또한 군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무계획보다는 유계획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의 차이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계획을 강요하진 않는다. 계획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불안감 해소다. 타임머신이 없는 지금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두려움이다. 계획은 손에 잡히는 무기가 되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길을 밝혀줄 횃불은 계획이다. 다만, 토르의 망치처럼 본인에게 맞는 무기를 휘두르는 건 자신의 몫이라는 걸 잊지 말자.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앨런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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