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기다리는 마음 4 :『자기만의 공간』
조그만 노란 꽃이 마구 핀다.
아침 지나는 길에 산국은 어느날 막 부쩍부쩍 우거진 채로 나타난다.
연둣빛으로 맺혔을 망울이 꽃색을 터뜨리고 나서야 생각한다.
아, 국화가 피었다.
모과처럼.
산국은 참.
꽃은 작은데 줄기는 훌쩍 길어서는
해바라기처럼 혼자 똑바로 서 있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엄벙덤벙 서로 엎어지고 기댄 채로
어젯밤 누가 확 쏟아놓고 간 것처럼 자라고 핀다.
밀려오다 멈춘 파도처럼
아직 무성한 초록빛 속에서 노란 꽃이 동실동실 할 때면
가을도 지나가는구나 생각한다.
모든 것이 붉게, 노랗게,
햇살 아래서 건조되어 가던 저 날이
내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시절의 풍경이다.
주말에 출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풀썩풀썩 엎어져 핀 저 선명한 노란 꽃을 보았을 때
나는 별 황폐한 꽃이 다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출근을 하다 보았다.
조경 선생님들이 한아름씩 둘러묶어놓은 산국은
지상에 솟은 거대한 꽃다발처럼 보였다.
황폐한 건 내 마음이었구나.
나는 머쓱할 때 혼자 잘 웃는다.
내 마음 밑에 뒤엉켜 쓰러져 있는 즐거움과 슬픔,
그 사이로 들어가 내 손으로 일으켜 묶고 나면
그것도 꽃다발이 되겠지.
유주얼.
오래 전에 지어둔 그 이름을 집어들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게 그때였다.
책이 출판사로 입고되던 날,
편집자님이 한 권을 얼른 먼저 보내주셨다.
단단히 잠긴 봉투를 열었을 때 발견한.
노란 빛으로 가득한 그림엽서.
She's the one who always adds luster to little things... :9
노란 산국꽃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을 쓰기 전엔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꽃줄기를 일으켜 묶는 마음으로 쓴 책.
들키고 싶던 비밀을 들킨 기분이었다.
이럴 때도 혼자 잘 웃는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소란하기도, 어지럽기도 하던 시간들에서
이 책은 왔다.
내 삶이 엉켜 나의 발을 걸 때,
삶과 나를 함께 토닥이는 작은 곳,
삶을 일으켜 세우는 자리에 대한 이야기들.
가만히 끌어안고 바라보면
모두 커다란 한 다발의 꽃.
저녁, 금요일, 오늘
쉬이 시들지 않는 우리 마음을 안고서 돌아가는
'자기만의 공간'.
*
안녕하세요. 유주얼입니다.
11월 11일, 허밍버드에서 저의 첫 에세이 『자기만의 공간』이 출간됩니다.
11일 온라인 서점부터, 며칠 더 있으면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책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출판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전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기대평, 서평단 모집 이벤트도 진행 중이구요.
책을 먼저 만나보고 싶은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사전연재 기념 기대평 댓글 이벤트
서평단 모집 이벤트
인스타>하이라이트>네이버폼 작성을 통해 응모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