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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choi May 22. 2020

마케터는 '모티베이터'이다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8년차 마케터의 미세팁 - 7화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해.
문제는 말이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거지.


신세 한탄하는 직장인들의 단골 멘트다. 사람 스트레스가 없는 직장은 없을까. 신입사원 시절, 내가 싸워야 할 '주적'은 우리 회사의 '경쟁사'라고 배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샌가 우리 회사 사람들이 나의 주적이 되고, 경쟁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주적에 둘러싸인 나를 탈출시켜줄 마지막 희망(★이직처★)이 되어버리고 만다.


문제는 사람, 그러나 어찌할 방법은 없다 _ 잡코리아, 알바몬(2020)


위의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퇴사도 결국 '사람'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업무 내용'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직장 동료들과의 '협업 과정'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의견 충돌도 있고 감정 소모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일. 하지만 생산, 연구소, 디자인, 영업, 광고 홍보 등 거의 모든 방면의 부서와 협업하는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 스트레스의 신세계를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포지션은?


얼마 전 '뭉쳐야 찬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농구, 야구, 테니스, 씨름, 마라톤 등 다양한 종목에서 활약했던 레전드급 운동선수들을 하나의 축구팀에 묶어놓는 독특한 컨셉으로 방영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다. 주종목이 달라서 그런지 각 멤버들의 성격도 각양각색이다. '농구 대통령'이라 불렸던 허재는, 좁은 코트에서 서로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는 농구 선수답게 '한 성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마라토너 이봉주는, 경기 전에는 조용하고 수줍은 모습, 그라운드에 서면 '자신만의(감독의 요구에 귀를 닫는)' 플레이를 펼친다. 게다가, 멤버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업적을 이룬 '레전드'들이기에, 각자 고집도 엄청 세다.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다채로움(?)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이래뵈도 왕년에 잘 나갔던 레전드들이다 _ JTBC 뭉쳐야찬다


'뭉쳐야 찬다' 멤버 중에서 당신이 원하는 포지션이 있는가? 만약, '마케터'를 꿈꾸고 있다면 잠시 그라운드 밖으로 고개를 돌리기 바란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한 남자를 주목하자.


마케터는 '감독'이다


안정환 감독. 축구단 멤버들이 각자의 이야기로 웃고 떠들 때도, 안정환 감독은 시원하게 웃지 못한다. 선수들이 본인 앞에 놓인 공과 씨름할 때, 안정환 감독은 그라운드 전체를 조망하며 고민에 빠져있다.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현상을 분석하고, 목표를 세우고, 방향성을 잡아야 하기에, 경기가 끝나도 고민은 계속된다. 그래서 감독은 피곤하다. 그리고 다른 글에서도 수차례 언급했다시피, (특히 소비재) 마케터는 기본적으로 감독, 즉 리더('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업무시간이 끝나도 고민이 이어지고, 피곤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마케터의 표정 _ JTBC 뭉쳐야찬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고민 끝에 적절한 목표, 방향성과 전략·전술을 도출하여 경기장으로 돌아온 당신. 락커룸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순간, 아직 절반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직접 몸으로 뛸 선수들 각각이 움직여 줘야 한다는 것. (멤버들을 바라보는 안정환 감독의 눈 앞은 깜깜해진다) 마케팅 계획을 직접 실행할 부서들에게 실행 가이드를 주고 독려하는 것 또한 프로젝트 리더, 곧 마케터의 역할이다. 마케터의 사람 스트레스도 바로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입 마케터의 '무례한(?)' 일상


당신은 무난한 전공을 수료한 학점 3.5의 대졸 신입사원이다. 마케터로서 신제품을 런칭하여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는 목표가 주어진 상황. 당신을 기다리는 푸르른 그라운드 위에 몸을 풀고 있는 것은, 석박사 출신의 연구원, 해외 유명 디자인 스쿨 출신이라는 디자이너, 모 백화점과의 관계를 꽉 잡고 있다는 10년 경력의 영업담당, 빅데이터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이직했다는 데이터 전문가 등... 당신의 베테랑 선수들이다. 당신이 오랜 시간 치열한 고민 끝에 도출해낸 아주 멋진 '신제품 출시 계획'을 그들 앞에서 야심 차게 발표한다.


[ X월 X일 제품연구소 ]

현재 시장에서 유행하는 재료를 주원료로 하는 제품 컨셉을 이야기하자마자, 박사 출신 연구원님이 점잖게 말씀하신다. "죄송하지만 이 원료로 만든 제품은 실제로 구현이 매우 어렵습니다." 아직 킥오프 휘슬도 불지 않았는데 시작부터 난관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시며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신다. 지식의 열세 때문에 반박하기가 어렵다. 말문이 막힌다. '그럼 대안을 제시하든가! 신제품을 내야 회사가 발전을 하지! 월급 받고 놀겠다는 건가...?' 마음의 소리를 목구멍 깊숙이 눌러 삼킨다. 당신이 겨우 꺼낼 수 있는 말은 이것이다. "어떻게 좀 방법이 없을까요? ^^;;;" 프로젝트 리더로서 당차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당신의 늠름한 눈빛과 호연지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바보 같은 미소와 뭔가 비굴한 자세로 사정하고 있는 아마추어만 남는다. 당신의 어색한 눈빛을 애써 피하는 연구원들은 '안 된다니까, 포기해.'라는 무언의 대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연구원들은 품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새로운 시도 앞에 보수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팀 선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해는 가지만,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도대체 뭘 할 수 있을지 야속하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율해 나가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

왜 안되는지 알겠으니까 그만 쓰셔도 되요 연구원님 _ 인터스텔라


[ Y월 Y일 디자인센터 ]

패키지 디자인팀과의 시안 공유 미팅에서는 싸늘한 기운에 식은땀이 난다. 제품명이 너무 작다고 매장에서 클레임이 들어온 기억이 있어서, 제품명을 조금 더 키워달라고 했는데, 일순간 회의실이 적막으로 가득하다. "최대한 키운 거예요." 담당 디자이너의 짤막한 대답에 '니가 디자인에 대해서 뭘 아냐'라는 냉소가 묻어있는 것 같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지만, 이번엔 당황하지 않으리. 담당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받아 놓은 시안을 꺼내어 펜을 가져다 대며, "여-기 까지만, 사-알-짝 키우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가능한 친절한 표정으로 응대한다. 5초간의 적막이 5분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관망하시던 디자인 팀장님이 자기 팀 디자이너들을 돌아보며 입을 뗀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결해주시려나 하는 찰나의 기대는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난다. "마케팅에 미리 시안 보내주지 말라 그랬잖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아, 물론 더 젠틀하고 협조적인 분들도 계신다. (좌절 마시길!)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관부서의 베테랑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당신이 마케터라면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마케터는 일반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 마케터는 일을 '주는' 사람이고, 자신의 업무를 좋다, 싫다 '평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베테랑의 입장에서 당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소비재 마케터와 같이 협업해야 할 부서가 조직 전반에 걸쳐있는 경우에는 더욱 힘들다. 단순히 숫자가 많아지는 것도 힘들지만, '다양'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 '뭉쳐야 찬다'의 멤버들이 그렇듯, 각 분야별로 스타일이 다르다. 영업사원과 커뮤니케이션할 때에는 본론부터 툭 터놓고 소탈하게 이야기하더라도, 섬세한 디자이너 앞에서 같은 방식으로 했다가는 '말 막하는 마케터'로 유명세를 떨칠 수도 있다.


이기느냐 지느냐


정해진 답은 없다.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져서 굴복시키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욕먹을 각오하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방법도 있다. (악명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위력적이다) 단,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단기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장은 넘어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관부서와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슬프게도) 그들의 도움 없이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마케터에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번 판의 승패가 어떻게 되든, 다음 판을 백지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로봇이 아니다. '뒤끝'이 있는 사람이다.


'속 편하게, 자존심 내려놓고 그냥 다 맞춰주는 게 낫겠네요...' 물론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으나, '마케터라서' 이 또한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마케터는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계획한 목표, 컨셉, 방향성에 맞춰 일관된 관점에서 추진해나가는 것이 마케터의 기본적인 역할이기에, 각 부서별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며 휘둘리면, 도출된 최종 결과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 잘하는 악마가 뇌느냐, 일 못하는 천사가 되느냐(?)_ envatomarket


어쩜 저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을까


어떨 때는 털털하게, 어떨 때는 사근사근하게, 상대방에 맞추어 노력하다가도 한 번씩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회사가 잘 되어야 월급 받는 것은 피차 입장이 같을진대, 왜 매번 내가 '부탁'을 해야 하는 것인가. 패키지에 제품명 글씨를 키워달라는 요청에 '예쁘지' 않다고 딱 잘라 거절하는 고고한 디자이너 앞에서, '안 보여서 안 팔린다잖아! 예술을 하든지, 월급을 받든지! 둘 중 하나만 하자!'라고 일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도 있다.


'어쩜 저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냐'며 마케터들은 탄식한다. 다들 매출하느라 죽자살자 매달리는데, 그들은 뒤에서 팔짱 끼고 속 편한 소리나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사업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하면 절대 저렇게 개인적인 고집 피우진 않을 거다'라는 둥, '평가 항목에 '매출'이 들어가지 않아서 저렇다'는 둥 유관부서의 '책임감 결여'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당장의 사업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하지 못 하는 것 같으면, 마치 '책임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화를 조금 가라앉히다 보면, 또 금방 깨닫게 된다. 물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을 넣는 것이지만, 사실 모든 선수가 공격수일 수는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말이다. 수비수는 수비를, 골키퍼는 골대를 지키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디자이너가 심미적인 요소에 고집을 피우게 사실 뭐 어때서.


정말 '책임감'의 문제라면


좋다. 책임감의 문제라고 치자. (실제로 그런 분들이 계시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은, 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마케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책임감의 문제라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해결 방안인데도 말이다. '책임감', '동기부여'와 같은 단어들은, '마·케·팅' 세 글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라 주장한다면 굳이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디자인', 'R&D'라는 이름 안에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단어가 없다는 것도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마케터의 업무는 속해있는 산업마다, 회사마다,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심지어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바꿔 말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그때그때 찾아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각 멤버들 책임감이 정말 문제라면, 부족한 책임감을 고취시켜줄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그런 건 인사, 교육 부서에서 진행하는 일이 아니냐고?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정환 감독과, 당장 눈 앞에 날아드는 공을 처리해야 하는 선수들의 시야는 다르다. 감독 눈에는 뻔히 보이는 선수들과 공의 흐름도, 그라운드 안에서 경기 중인 선수들은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감독은 내려와라, 올라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게 된다. (강압적인) 지시를 통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흐름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쫓아가는 모양새일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마케터인 당신은 유관부서와 눈높이를 맞춰 시야를 공유할 수 있다.


디자이너에게 글씨를 키워달라고 시안에 그림을 그려 들이미는 대신, 함께 매장에 나가보자. 그리고 진열된 제품들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회의실에서 흰색 보드에 디자인 시안을 붙여 봤을 때는 분명 괜찮았는데, 진열장의 수백 가지 다양한 제품 가운데 내 제품의 디자인 샘플을 놓아보면, 주목도가 확 떨어지는 것을 한눈에 알게 된다. '제품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현장 반응을 눈으로 확인하고 함께 '공감'한다. 디자이너의 눈에 입력된 장면은 좋은 (소비자 관점의) 현장 정보일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의 영감과 창작욕구를 자극하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뭔가 '해 보고 싶은' 구미가 슬슬 당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고민의 '범위'도 훨씬 넓어진다. 어느새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고민은, 단순히 '제품명 크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각에서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되어 있다. 단순히 제품명뿐만 아니라, 패키지 색상과 모양, 경쟁제품과의 대비, 제품 외의 매대 연출물(VMD)까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확장된' 아이디어로의 접근이 가능해진다.

디자인은 커녕 내 제품이 어디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 _ 연합뉴스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에게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원료명을 딱 집어 전달하기 전에, 그 원료명을 포착하게 된 소비자 인터뷰에 참석을 부탁했다면 어땠을까. 해당 원료의 사용이 불가하다는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연구원은, 대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왜 그 원료를 선호하게 되었는지 추가 질문을 던지게 되고, '몸에 안전한' 성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성분으로 해주세요'라고 하면 '가능/불가능'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지만, 기저에 있는 소비자 니즈를 알게 되면, 신속한 대안 검토가 가능하다. 연구원은 '몸에 안전한' 컨셉에 걸맞은 대체 성분을 몇 가지 패널들에게 알려준다. '맞아요! 그 원료도 유명해요!'라는 반응과 함께, 벌써 하나의 대안이 도출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안전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얼마나 강한지 직접 체감한 연구원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더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단순히 원료를 선정하는 문제에서 나아가, 그 원료를 더 안전하게 추출하고 가공하는 방법은 없는지, 특정 기관에 안전성에 대한 인증을 받는 방법은 없는지 등, 훨씬 넓은 범위의 '연구다운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공유'


어찌 보면 간단하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그들에게도 보여주자. 당신을 괴롭히는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것이다. '상황은 내가 분석했으니 넌 이렇게 하면 돼'라고 지시하는 것과, 나란히 함께 서서 공동의 목표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문가의 관점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전문가의 고견을 구하는 것인 만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들이 쌓아온 전문성에 대한 존중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들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를 조망하는 마케터와는 달리, 세부 기능을 담당하는 각 부서의 시야는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늘 인지해야 한다. 전체적인 관점을 견지하지 못하면, 그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고, 결국 능동적인 업무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 떠나서, 전체 흐름을 모르면 일단 일에 대한 흥미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인기 드라마도 중간 부분만 잘라 보면 재미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전체적인 상황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면, 괜히 휘둘리는 것 같아 불쾌한 감정이 들기 쉽다. 운전자가 멀미를 하지 않는 이유는 본인이 갈 방향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승객들은? 급커브를 만나면 속이 메스껍기 시작한다.

어디로 가는지 알려줘도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 _ JTBC 뭉쳐야찬다


당신의 멤버들은 다들 자신의 분야에 자부심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흥미가 있으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근성이 있기 마련이다. 당신이 공유한 문젯거리가 그들에게는 프로젝트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되고, 흥미에 불을 붙이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사려 깊은 마케터들은 유관부서와 협업을 할 때 상대방의 편의를 고려하여 상당 부분 미리 틀을 잡아둔 상태로 업무 요청을 하기도 한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과정에 비유하면, 제목부터 결론까지 모두 쓰여 있고, 상대방은 중간중간 뚫려 있는 '빈칸'만 채우면 되는 식이다. 때로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해지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 진행 초기와 같이) 다양한 부서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발전시키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신이 만들어 놓은 '빈칸'들이 의도와 달리 다른 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두는 족쇄가 될 수도 있고, 흥미를 꺾어버리는 따분함의 상징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알아서 다 할테니 넌 빈칸만 채우도록 해 _ 컨슈머타임즈


어찌되었건 마케터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예전에 회사에서 종종 들었던 얘기가, '신제품 출시를 준비할 때 내부 분위기가 좋으면, 시장에 출시된 제품도 잘 된다'는 말이었다. 사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부서의 담당자들이 신이 나서 능동적으로 일을 하면, 그들의 전문성에서 비롯된 깊은 인사이트가 제품에 풍성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품에 녹아든 요소 하나하나가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만든다. 사랑받는 제품은 이렇게 탄생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케터의 목표는 결국 '고객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상대방이 책임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협업에 임할 수 있도록 당신이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모두가 마케터의 관점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시야'를 공유하는 하는 일은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 번 눈을 뜨고 나면, 점차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어 점차 커뮤니케이션의 '피로도'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로봇이 아닌 '사람'끼리의 일인데, 다음에 진행할 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소통이 반복되고 관계가 돈독(?)해질수록 점차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마케터의 '사람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장기적으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되는 이러한 선순환은, 결국 당신이 먼저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는 것을 잊지 말자. 때때로 상대방이 너무 기고만장해서 꼴보기 싫다면? 뭐 어떤가, 그냥 사회생활 연습한다고 생각하자. 대인배의 면모를 잃지 말고, 더욱 더 크게 박수쳐주자! (공짜다)


글을 읽고 나서 '좋아요' 눌러도 손가락 안 없어진다 - JTBC 뭉쳐야 산다




본 글은 '마케터의 역량' 시리즈 3편 중 3편, <다양한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편입니다.


1. 사업에 대한 감각

2. 문제 해결력

3. 다양한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본 글의 배경이되는 글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brunch.co.kr/@mark-cho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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