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k choi Mar 05. 2019

지나고 나서 깨닫는 ‘첫 직장’의 의미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8년차 마케터의 미세팁 - 4화

신입 사원이 들어온 날이었다. 인턴 때부터 잘한다고 생각하던 친구였다. 반가움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친구의 한 마디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저는 평생 세 가지 다른 일을 할 겁니다.


정말 놀랐었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 사원이 벌써 이직을 입에 담다니!'라는 꼰대 같은 생각이 10퍼센트, 나머지 90퍼센트는 나 스스로 품고 있었던 고정관념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다. 자고로 '이직'이라는 것은 현 직장에 도저히 다니지 못하겠거나, 다른 회사에서 정말 매력적인 제의가 오면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바탕으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옵션'이 아니었던가. 당시의 나에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직을 생각한다는 것이 너무나 신선한 관점이었다. 하긴, 이제 100살까지 산다는데 한 가지 일만 하고 산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당찬 신입사원의 눈빛 앞에서 나는 그의 이름을 되뇌일 뿐이었다. "그, 그래..."  _ TVN


'첫 직장'의 의미

평생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해도, 아니, 평생 여러 가지 일을 하기 때문에 '첫 직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많은 이들이 '급여' 측면에서 첫 직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입 사원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경력 사원은 이전 직장의 급여나 직급 등을 바탕으로 이직할 직장과 처우를 협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놈의 출신(전 직장)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월급을 적게 받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많이들 얘기하는 금전적인 측면 외에도, 다른 중요한 의미들이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되었다. 첫 직장은 사회생활의 첫 단계로서, 험난한 미래를 헤쳐나가게 해줄 기본기, 즉 '업무 역량의 기초'를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곳이자, 학생 신분에서 처음 벗어나 직업이라는 것의 무게를 어깨에 얹어보면서 은퇴까지 이 애증의 대상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직업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것이다.


다 '때'가 있다

물론, 회사나 직무에 따라 개인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다양하겠으나, 데이터 분석력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같이 대부분의 경우에서 필요로 하는 일종의 '기본 역량'들도 있다. 특히, 이러한 기본 역량의 경우 첫 직장에서 제대로 트레이닝하지 못하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사회 초년생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데(그렇다! 바로 당신! 당당하라!), 시간이 갈수록 기본 역량은 당연히 갖추어졌다는 가정하게 업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연차가 있다 보니 후배들한테 일일이 다 물어보기도 뭐하고, 참 껄끄러워진다. 당장 코앞에 닥친 업무 수행하랴, 부족한 기본 역량 기르랴... 한창 날아다녀야 할 때에 자신의 밑천이 드러날까 불안감에 시달리는 건 결코 드문 경우가 아니다.

그리고 때를 놓치면 점점 찝찝해진다 _ 배달의민족


가치관 형성의 시기

또한, 첫 직장은 '일'이라는 것을 대하는 관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나면 '연애관'이 생기듯, 일을 하다 보면 '직업관'이란 것이 생긴다.


생각해보자. 연애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떠한 점은 조금 모자라도 괜찮지만, 또 도저히 용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있을 것이다.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괜찮다! 다...당당하라!)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일을 해야 하는가? 돈이 중요한지, 아니면 워라밸이 중요한지? 힘들지만 납득할 수 있는 요소도 있는 한편, 열 뻗쳐서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은 것도 있다.


또한, 이전 연애에서 겪었던 기쁨과 스트레스가 다음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영향을 주는 것처럼, 첫 직장에서 형성된 '직업관'은 다음 커리어 선택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다만,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명을 갈아타며 만났던 능력자(?) 친구도, 직업만큼은 그렇게 쉽게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만큼 첫 직장은 중요하다.


잠시라도 멀리 보기를

물론 일을 시작해봐야 이런 이야기들이 감이 올 것이다. 그래도, 만약 지금 취업을 앞두고 있다면 잠깐이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멀리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방향성조차 감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내 ‘일의 여정’의 시작점은 어떠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장기적으로 내가 키워나가고 싶은 역량은 무엇인지. 나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는지. 나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나의 약점을 보완하기에 적절한지. 내가 못 견딜만한 요소는 없는지. 내 인생을 조금은 근사하게 만들어 줄 보람이 있을 것 같은지.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

그렇다면, 첫 커리어를 '마케터'로서 시작하는 것은 어떠할까? 이전 글들에서 열변을 토했다시피, 마케팅 업무는 산업마다 회사마다 너무나 달라서 일반화 하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큰 회사의 소비재(FMCG) 마케터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의 경험과, 수년간 마케팅 직무를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발을 담그고 나서야 좀 알게 된다 _ JOBKOREA


당장 '취뽀'가 급한 학생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하고 나서 '장기적으로는 아니다 싶어' 퇴사를 결심하는 케이스도 몹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몇십 년간 인생을 함께 할 '일'이라는 것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한 번 곱씹어보지도 못하고 그 기나긴 여정을 무턱대고 시작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지식으로 쓰는 몇 편의 글이, 첫 커리어로 '마케팅'을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아주 조금이라도 밝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케터의 역량

먼저, 마케터로서 기를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은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긴 고민 끝에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1. 사업에 대한 감각

2. 문제 해결력

3. 다양한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 다음 글에서 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무난하게 마케팅이나 해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