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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choi Jan 31. 2019

무난하게 마케팅이나 해볼까?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8년차 마케터의 미세팁


2012년에 입사하여 2019년에 퇴사하기까지. 마케터로서의 삶이 끝나간다.

8년차 소비재 마케터로서의 경력을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지금, 앞만 보고 쉴 새 없이 달려온 지난날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 옆으로 스쳐 지나간 풍경처럼 금방 잊혀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처박아둔 잡동사니 보관함에서 나름 쓸만한 것을 발견했을 때의 작은 반가움. 그 정도로도 의미는 충분하겠지.


누구를 위한 글인가?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글이다. 그래야만 정말 솔직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을 꼽자면 '마케팅을 해 보고 싶은 학생' 정도. 그 이유는 마케팅 업무의 특성상, 현업에서 일을 해 보기 전까지는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대한 막연한 개념을 가지고 입사했다가 뼈아픈 후회를 하며 퇴사를 고민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참 많이 봤다. 그래서 혹시나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이 내 글을 보고 조금은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현직에서 마케팅 혹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보는 정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혹여라도 '마케터로 입사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정체성 혼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한 줄기 빛처럼 이 글을 맞이하야 구원을 얻는 경우'는 절대 없으리라 확신한다.


무난하게 마케팅이나 해볼까?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실 마케팅은 무난한 분야로 많이 인식이 되었던 것 같다. 학과 제한도 없고, 특별히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취향도 안 탈것 같아서. 그래서 나처럼 '문송'한 문과생들이 선호했던 것 같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던 2012년에는 심지어 '영업 마케팅'과 같은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마치 전형적인 '회사원'의 유사어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도 비슷했다. 마케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입사를 했고, 어찌어찌 버틴 결과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큰 회사의 파트장이라는 직책까지 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황송하게도 예전에 몸 담았던 학회나 동아리의 후배들 앞에 설 기회도 가끔 주어졌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무난하게 마케팅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난해 보여서 그런 건 아니지 얘들아...?)


마케팅은 무엇인가?

이렇게 종종 학생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면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할까요?'라고 먼저 물어본다. 참, 이렇게 다양하게 정의 내려지는 직무가 또 있을까. '광고' 혹은 '커뮤니케이션'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고, '고객에게 가치를 선사하는 것',  '우리 회사의 제품을 고객이 (무려!)사랑하게 만드는 것' 등의 철학적인 답변들도 꽤 많이 나온다.

사실 이 문제는 현직자들에게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담으로 인턴 시절 Q&A 시간에 선배 사원에게 '마케터는 어떤 일을 하나욧!' 하고 패기 있게 물었다가 선배를 단기 기억 상실증 환자로(나는 누구인가!) 만들어 버린 적도 있었다.

이렇게 제각기 다른 답변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회사마다 마케터가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당연하게 들리지만 중요한 사실이다.

회사마다 다르다?

입사 초기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마케터들은 다들 이런 일들을 하는 건가?! (여러 가지 의미로...)' 나중에 다양한 회사의 마케터들을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회사마다 마케팅 부서가 하는 일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식품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는 친구는 신제품 개발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었던 반면, 자동차 회사 마케팅을 하는 친구는 제품 개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광고만 담당했다. 심지어 같은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회사 마케팅은 소비자 조사를 주 업무로 하고, 또 다른 회사는 오로지 매출을 위한 활동에 열을 올리는 등, 아주 제각각이었다.


마케터를 준비하고 있다면?

그래서,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은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적어도 산업군)를 미리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그 회사에 실제 다니는 현직자를 만나서 실제 하는 일에 대해 물어보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때 꼭 물어봐야 하는 내용은 가능하면 다른 글에서 세부적으로 다뤄보겠다.) 동아리 주소록을 뒤지든, 알음알음으로 부탁하든 수고스럽겠지만 꼭 저돌적으로 시도해보길 권한다. 다른 직무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마케팅의 실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해보고 확인해보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물어봤더니 선배가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 하루 일과를 얘기해달라고 하자. 얘기하면서 차근차근히 퍼즐을 맞춰가 보면 최소한 대략적인 느낌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가 마케터에게 좋은 회사인가?

이 질문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대학교 학부 시절, 마케팅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려본다.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려면 소비재(FMCG) 회사로 가라.'


그 말씀 한마디가 나의 삶을 결정적으로 갈라놓을 줄 그때는 알지 못했다.


- 다음 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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