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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choi Mar 21. 2019

마케터는 처음부터 '사업가'이다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8년차 마케터의 미세팁 - 5화

'내가 고작 이런 일하려고 입사한 줄 알아?!'


막막했던 취준생 시절을 지나 친구들이 하나둘씩 '취뽀'를 하고, 6개월쯤 지났을까. 각자 회사에서 이제 겨우 앞가림을 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오랜만의 술자리에서 각자의 회사 생활에 대해 토로하다 보니, 어느새 모임은 회사에 대한 성토대회가 되어 있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의 주된 불만은 일이 '어렵다' 거나 '많다'는 것이 아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나 '작고', '단순한'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혈기 넘치는 신입 사원들은 마치 회사의 '부품'이 된 것 같다며 술을 털어 넣고 한탄을 토해냈다.

부품을 만드는 나도 부품일지 모른다 _ 영화 'Modern Times'

나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회사에 대해 '정반대'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물론 나도 회사의 '부품'이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를 힘들게 하던 것은 '너무나 작고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반대로 '너무나 대하고 복잡한 업무'라는 것이었다. 술을 진득하게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번뜩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 자리 유일한 '마케터' 였다는 사실을...


베테랑 연주자들 앞에 선 초보 지휘자

마케터는 (특히 나처럼 소비재 산업에 종사할 경우는 더욱) 업무의 범위가 정말 방대하다. 다른 글에서도 언한 것처럼, 마케터는 마치 수십 명의 단원들을 조화롭게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신제품 출시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마케터는 이 제품이 시장에 잘 안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의 방향에 맞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연구소, 디자인, 구매, 영업, 조사, 홍보 등 수많은 부서업무를 조율해나가야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 마케터의 일 관련 참조 : https://brunch.co.kr/@mark-choi/2


'지휘자'라니, '리더'라니, 멋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상상해보자. 10여 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연주자들 앞에 서 있는, 지휘봉도 손에 익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 지휘자를. 그 어린 지휘자의 손짓을 신뢰하는 연주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사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리더'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했던가, 이러한 가혹한 환경이 마케터로 하여금 차별화된 역량을 기르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각양각색 다양한 부서와 협업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마당발 노릇을 하다보면, 각 부서 간 업무의 연관성이라든지, 큰 프로젝트의 흐름을 익히게 되면서, 마치 퍼즐 조각이 점차 맞춰지듯 사업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큰 그림'을 그리다

잠깐 옛날이야기 하나 하고 넘어가 볼까 한다. 내가 학부를 다니던 2000년대에는 '경영 컨설턴트(맥킨지, BCG 등)'가 정말 인기있는 직업이었다. 물론, 그들이 받는 높은 연봉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회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전체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요소였기 때문이었다. 보통 회사 생활을 십여 년 하고 나서야 바라볼 수 있는, 리더의 관점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굉장한 이점처럼 느껴졌다. 경영 컨설턴트들은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버티며, '회사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운영되는지'를 고민하고, '앞으로 회사가 어떠한 길로 가야 하는지' 전략을 수립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훈련할 수 있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마케터도 유사한 기회(연봉을 제외한;)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당장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지만, 비교적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케팅 직무의 이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이 반복되며 길러지는 것이 바로 '사업에 대한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말로 큰 그림이지, 그냥 다 하는 것 아니야?' _ lenakhalid.com

그리고 나머지 반쪽, '그분'

하지만 사업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업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큰 흐름을 잘 읽는 사람'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그럼 또 뭘 잘해야 하냐고? 나머지 반은 '소비자'이다. 결국 사업은 '팔아야' 하는 것이고, 팔아줄 사람은 소비의 주체, 소비자다. 사업의 구조와 흐름을 아무리 잘 알아도 소비자를 잘 모른다면, 결국 알맹이 없이 외형적인 껍데기에만 능통한 것과 다름없다.


다행히, 마케터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시장(market)'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 하나이며, 그러다 보니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다. (아니,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제품을 팔아야 할 타깃 소비자를 규정하고, 분석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마케터의 고유업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와 관련된 수많은 정량 · 정성적인 정보를 먼저 입수하여 인사이트를 기를 수 있다. (아니, 길러야 한다!)


두 눈을 부릅뜨면 보인다

그래서, 마케터의 한쪽 눈은 사업 전반을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을 견지하되, 다른 한쪽 눈은 끊임없이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 그리하여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사업 관점에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을 가진 마케터야 말로 '사업에 대한 감각이 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터는 잘 보고, 방향성을 잘 제시하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_ Getty Images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마케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가 된다. (마케터의 역량을, 사업에 대한 '감각'이라고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후방에서 지원을 해주는 다른 직군들은 사업과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접적으로 얻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케터는 그들의 시야를 밝혀주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내 눈앞에 펼쳐진 심각한 시장 상황에 대해 이해를 못해주는 다른 부서들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가장 먼저 직접 마주하게 되는 짜릿한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마케팅 일의 묘미이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그리고, 마케터들의 '사업에 대한 감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리더'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회사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수록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기존에 익숙했던 관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경력이 쌓여갈수록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와 경험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뛰어난 리더들은 익숙한방식에 늘 의문을 품고, 더 넓게, 그리고 멀리 바라보기 위해 끊임없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한다. 마케터는 시작점부터 비교적 거시적인 관점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일찌감치 연마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마케터는, 참 힘들지만 그만큼 큰 역할을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다른 직무의 친구들과 만나서 업무에 대해 얘기해보자. 확실히 업무상 하고 있는 고민의 스케일('깊이'는 또 다른 문제)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친구들 입장에서는 당신이 마치 '사업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퇴사하고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당신은 어떠한가

종종 학생들에 '어떤 사람이 마케터로서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학교에서 팀플 할 때, 자기가 맡은 부분까지만 딱 하고 몸 사리는 팔로워 스타일의 사람에게는 마케터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다. 마케팅 업무의 특성상 수동적인 사람한테는 답 없는 질문('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지?!')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져다줄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런 '몸 사리는 팀원'들이 자신을 힘들고 귀찮게 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히 팀장을 하지 않으면 뭔가 성에  것 같은 생각에, 못 이기는 척 팀장직을 수락하고야 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커리어의 처음부터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업가처럼 일 할 수 있는 직무가 있는데 어떠냐'며 살짝 귀띔해주지 않을까 싶다.




본 글은 '마케터의 역량' 시리즈 3편 중 1편, <사업에 대한 감각> 편입니다.


1. 사업에 대한 감각

2. 문제 해결력

3. 다양한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본 글의 배경이되는 글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brunch.co.kr/@mark-cho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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