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난다고 퇴근이 아니다.
일이 끝난다고 퇴근이 아니다.
퇴근 : [명사] 일터에서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거나 돌아옴.
따라서 진짜 퇴근은 집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퇴근하기란 참 쉽지 않다. 일이 끝나도 집에 보내주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내 친구는 주간, 야간 번갈아가며 근무하는 직장에 다닌 적이 있다. 야간 근무의 경우 보통 오후 6시쯤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9시쯤에 끝나는데 이렇게 일을 마치고 나면 여지없이 조기 축구에 끌려가곤 했다. 그 이후에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이 이어졌다.
이렇게 긴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오후 2시, 결국 이 친구의 퇴근은 일이 끝나고 5시간이나 지나서야 이뤄진 셈이다. 무려 축구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결국 그때부터 잠이든 친구의 하루는 그렇게 끝난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런 경우 보통 상사가 술을 좋아하거나, 집에 들어가길 싫어하거나,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직원은 상사의 기쁨조가 아니다.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직원에게 억지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예전에야 회사를 마치고 나면 취미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에게는 각자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 진탕 먹는 술이나, 등산, 족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회사와 직원은 철저한 계약관계다.
직원은 돈을 받은 만큼, 정해진 시간 동안, 맡은 일을 완수한다. 따라서 정해진 일이 끝나고, 받은 만큼 일한 그 순간 직원이 직원으로서 할 역할은 끝난 것이며 그 이후 시간은 오롯이 직원의 자유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밖에 나와서도 직원의 직무가 계속 이어진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고 퇴근 후 취미를 즐기고 싶다면 부하 직원이 아니라 친구나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부하 직원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하나다. 부하 직원이 친구나 지인보다 다루기 쉽고 편해서다.
단합이니 뭐니 포장하지만 진정한 단합은 한 명이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상의하고 나온 결과에서 생기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끌고 가는 게 단합이 된다고 믿는다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사실 퇴근 후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지쳐 집에 들어가 다음날 출근하는 것보다, 퇴근 후 오롯이 쉰 후 출근하는 편이 근무 능률 향상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 강제 회식 후 담합력을 끌어올린 다음날 정상적으로 출근하면 뭐하나? 머리도 몸도 정상이 아닌데.
회사는 회사고 개인은 개인이다. 이게 구분될 때 사회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