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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Jun 18. 2019

아스달 연대기가 왕좌의 게임이 될 수 없는 이유.

우리가 그들에게 실망한 이유.

모든 장르가 다 그렇지만 판타지도 다루기 어려운 장르다.


대중은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감정 이입이 가능한 작품에 열광한다. 따라서 작품'있을 법한 일'이거나 '현실적'일 때 더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타지는 가상의 사건과 세계를 다룬다. 그러다 보니 대중을 세계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힘들다. 이것이 배경은 현실적이고 등장인물은 판타지스러운 '현대 판타지'가 '정통 판타지'보다 더 많이 다뤄지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왕좌의 게임'은 대단한 작품이다.

시즌 8은 실드 불가.

'왕좌의 게임'의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는 톨킨 이후 이어진 기존 판타지 세계의 틀을 교묘하게 비틀며, 뼈저리게 현실적인 판타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드라마화될 수 있었고 대중은 이에 열광했다. 


'아스달 연대기'의 제작이 발표됐을 때, 많은 이들이 이 작품이 '왕좌의 게임'을 의식해서 제작된다는 걸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정통 판타지'의 무덤인 한국에서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를 만든다는 건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뭔가 익숙하다면 착각입니다.

그래서 표절에 대한 우려가 재기됐을 때 놀라지도 않았다. 어련히 그럴 거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방영된 상황으로 봤을 때 이 작품은 '왕좌의 게임'도 '아포칼립토'도 아닌 애매모호한 무언가가 되고 말았다. 


사실 작가가 누구냐, PD가 누구냐를 떠나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 '왕좌의 게임'같은 판타지 작품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몸값 비싼 주연들.



한국의 드라마들은 철저히 주연 배우에 의지하고 있다.


흥행 파워가 있는 비싼 몸값의 배우를 데려와 이를 앞세워 적극 홍보하고, 만약 배우가 한류 배우라면 이 배우를 통해 방영도 하기 전에 수출을 먼저 추진한다.


이렇게 주연 배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경우, 우리는 드라마를 보기도 전에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바로 '주인공이 마지막 회 전까지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참 잘생겼다.

비싼 몸값을 주고 섭외한 송중기, 장동건, 김옥빈, 김지원이 마지막 회까지, 적어도 클라이맥스까지 살아남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 왕좌의 게임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예측 불가성'이다.


내가 감정 이입했던 저 캐릭터가 오늘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들이 한화, 한화 긴장하며 드라마를 본 이유였다. 현실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예측 불가성을 그대로 느끼게 만든 거다.


하지만 배우의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지불하느라 CG까지 희생하는 현 체제에서 이것이 가능할 리 없다.


#판타지에 대한 가벼운 접근



현재 드라마를 주도하여 만드는 작가와 PD들은 판타지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알브라함의 궁전'은 서브컬처에서는 닳고 닳은 증강현실 게임 판타지를 다룬 드라마였다. 색다르고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결국 세세한 설정은 어설펐고 판타지는 설정 구멍을 메우는 용도로 소비되었다. 판타지라고 개연성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판타지기에 설정은 더욱 탄탄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설펐다.


이번 아스달 연대기도 마찬가지다.


분명 어디선가 본 따온 설정이면서도 이리저리 비어있고, 그 부분은 판타지라는 미명 하에 포장되어 있다. 시청자들은 이런저런 설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전달력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감은 커지고 드라마는 붕 떠버린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제작진에 판타지 팬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제작진의 상부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겉모습만 화려하고 내실은 비어버린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이 드라마는 혹평하는 이유.



지금껏 대다수 한국 드라마에서 '판타지'는 로맨스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매력을 부여하고, 이야기의 개성을 추가하는 부수적인 역할로 사용되어왔다. 그리고 이런 경우 주로 성공을 거둬왔다.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같은 정통 판타지에서는 달라야 한다. 최소한 그들이 '왕좌의 게임'같은 드라마를 꿈꿨다면 더욱더 말이다.

왕좌는 그렇다고 쳐도 분위기부터 구도까지...

애초에 상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로 홍보했다면 이런 혹평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통 판타지'처럼 광고를 하고 그런 식으로 시청자들을 주입했는데 결과물이 이러하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치열한 정치극, 화려한 전투신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아직까지 이 드라마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도 남은 회차에서는 조금 더 나은 장면이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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