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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가를 낳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 1

by 나는나

기록할 틈도 없이 1년이 훌쩍 지났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둘째가 태어나 살던 집이 좁아졌다. 남편과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살던 집을 리모델링 하기보다는 플러스 알파를 노릴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그리하야 집을 팔았고 집을 샀다. 새로 매매한 집은 재건축을 바라보고 있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집이어서 올수리가 필요한 컨디션이었다. 턴키업체를 알아보고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계약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여 새집 인테리어를 마쳤다. 인테리어는 두달이 걸렸다. 기존 집 잔금을 받아야 새집 잔금을 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린 두달간 살 집이 없었다. 단기임대를 구했고 덕분에 이사를 두번했다. 살던 집을 내놓은지 6개월안에 이루어진 일들이다.


그러는 중에 나는 복직했다. 저 일정 중 첫번째 이사를 하기 전 시점이었다.


첫째는 유치원에 입학했다. 기존 어린이집은 아주 잘 다녔는데 이사해서 집도 어색한데 유치원까지 적응을 하려니 어려운 모양이었다.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였다. 몬테소리 유치원이었는데 특히 작업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아침마다 실갱이를 하니 마음이 안좋지만 보내지 않을수도 없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간 영유를 자기도 가겠다고 했다. 영유를 여자애 따라 간다니 나는 좋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영유 가려면 알파벳도 다 쓸줄 알아야 한다고 했더니 다 쓸수있다면서 스케치북에 이를 악물고 써낸다.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 일단 영유도 구경을 가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줄을 서두었던 다른 일반 유치원에도 대기순번 문의차 전화를 해보았는데 다행히 얼마안가 연락이 왔다. 거긴 몬테소리 아니니까 작업도 없고 규모도 좀 더 있으니 첫째가 적응하기 낫지 않을까 싶어 그곳으로 유치원을 바꿨다. 거기도 너무 별로라고 하면 여자친구가 다니는 영유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몇번 가보더니 ‘엄마가 고른 유치원도 괜찮은거 같다’며 계속 다니겠다고 한다. 더는 바꾸지 말자고 한다. 그래서 드디어 유치원은 고정되었다.


그렇게 폭풍같은 3월이 지나가고, 첫째 어린이집에서 친하던 애들과 키카에서 만나 놀기로 한 날이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전화가 왔다. 남편이었다. 아버님이 사고가 났는데 트럭에 치였고 깔리셔서 역과를 당했고 지금 병원에서 심폐소생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는 상황. 일단 집으로 가서 문경가는 짐을 싸야하는데 첫째는 친구들 만난다고 한껏 들떴다. 지금 당장 집에 가야한다고 하면 눈물바람일테고 짐싸는데 도움도 안될것 같아서 키카에 넣어 주고 다른 엄마들한테 부탁을 하고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마음이 너무 급한데 상습정체구간인 그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뛰어들어갔는데 남편의 첫 마디는 ”돌아가셨대.“ 였다. 외며느리인 나를 예뻐해주시고 아껴주셨던 어른이었다. 이런 끝은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웠다. 남편과 부둥켜안고 울다 그것도 잠시, 어서 짐싸서 고향으로 가야했다. 이제 고작 7개월인 둘째까지 짐을 싸서 들쳐업고 첫째를 픽업해서 내려갔다. 둘째는 할아버지께 인사만 하고 친정엄마와 함께 서울로 보내기로 했다. 시골에서 친정엄마와 둘째를 서울로 데려다줄 사람이 필요했고 맏상주인 남편이 움직일 순 없으니 내가 맡았다. 3시간 거리를 밟아 데려다주고 2시간 자고 다시 내려왔다. 생애 처음 해보는 야간 고속도로 운전이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장례를 치르고 상속정리를 하고 어머님 거취를 정하고 등등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이 많았다. 이후 49재도 올리고 생일제도 올리고 두분 사시던 집도 정리했다. 시누들이 훨씬 많은 일을 하고 나는 거드는 수준이었는데도 일이 많았다.


둘째는 무럭무럭 자랐다. 누워있던 시절에는 순하기 그지없던 녀석이 성격이 급한건지 걸음마를 빨리 시작했다. 9개월쯤부터 한두걸음 떼기 시작하더니 10개월 11개월엔 제법 걸었다. 돌쯤엔 능숙하게 걷고 14개월인 지금은 뛰어다닌다. 다다다다다도도도도도도 이렇게 다닌다. 소파 등반도 이르게 성공했던 그녀는 다른 곳 정복에도 나서는데.. 식탁, 책상, 아일랜드까지 그녀는 오르지 않는 곳이 없다. 식탁은 위험하니까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의자를 눕혀도 보고 안으로 밀어넣어도 보고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오르는 그녀의 근성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첫째와는 성격이 딴판이다. 바깥에 나가는걸 좋아하고 나가면 다다다다다 뛰어가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다. 뭐든 시도하고 새로운건 만져보고 관찰하고 입에 넣는다.. 흙도 모래도 돌도 많이 먹었다. 스티커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중 최애는 로션이다. 아빠로션과 아기로션을 촙촙 빨아먹어서 치우고 치우는데도 잠깐만 틈을 보이면 먹는다. 먹는것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빠 밥이다. 첫째 먹으라고 차려놓으면 둘째가 먼저가서 먹겠다고 난리를 친다. 자기밥이나 잘 먹을 것이지. 첫째는 밥 잘 안먹는 아기였지만 일단 입안에 넣기만 하면 어떻게든 씹어 삼키기는 했었다. 둘째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데 입안에 들어오면 바로 뱉어버린다. 억지로 먹이는건 있을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자기가 내키지 않을때는 도리질 치면서 왕 짜증내기 때문에 밥을 입에 넣기도 쉽지 않다. 얘는 자기가 안먹겠다하면 한숟가락도 먹이기가 힘든 것이다. 대신 자기가 먹겠다고 하면 알아서 숟가락질 해서 잘먹는다. 첫째랑 다른게 너무 신기한 지점이다. 소근육은 원체 빨랐다. 6-7개월부터 바닥에 떨어진건 못줍는게 없었다. 아주 작은 부스러기까지도 야무지게 잡아내던 둘째. 12개월즈음 아침마다 봉에 동그란 나무 맞추어 집어넣는것과 원목 블럭쌓기를 즐겨하며 성공하면 스스로 박수를 치는 귀여움을 보였다. 대부분은 빠른 둘째인데 다만 책은 읽지를 않는다. 읽어줘도 안듣는다. 책을 넘기거나 책장에서 잡아빼는데만 관심이 있고 그게 아니면 모서리를 갉아먹는다. 그럴땐 내가 뭘 낳은건가 싶다.


첫째의 틱은 여전하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면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굉장히 거슬리는데 최선을 다해 참고있다.


아직 못다한 올해 이야기가 많다. 지면 관계로 다음 회차로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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