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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도 걱정 순해도 걱정

그녀의 판타스틱한 대근육 발달에 대하여

by 나는나

쫄랑이는 둘째라서 첫째만큼 민감한 반응을 하며 돌봐주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순하기까지 해서 우리는 자주 그녀를 그냥 모빌 아래 눕혀 두었다. 그래도 모빌을 보며 방긋 웃으며 잘 노는 그녀였다.


첫째와 비교하면 순해도 너무 순했다. 좋은데 불안하다. 뭐지? 이럴수도 있는건가 싶으면서 또 혹시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불안하다. 어쩐지 첫째보다 눈맞춤이 덜한것 같기도 하고 (기분탓) 사람 얼굴보다 모빌을 더 좋아하는것도 같다(아기들에겐 일종의 미디어가 아닐지..).


무엇보다 쫄랑이는 첫째보다 터미타임 진도가 현저히 느렸다. 당근이는 30일 남짓부터 웬만큼 머리 가누기를 시작해 50-60일쯤엔 제법 터미타임을 하고 놀았는데 쫄랑이는 70-80일이 될때까지도 터미타임을 시키면 잘 놀지를 않고 금새 짜증을 냈다. 대근육 발달이 느린것도 여러가지의 징조라는 말이 많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뭐가 달랐나 생각해보니 쫄랑이는 역방쿠에 너무 자주 그리고 오래 눕혀 놓은 것 같았다. 역방쿠는 편하고 좋긴 하지만 아기들의 어깨를 안쪽으로 말리게 하기 때문에 근육이 발달해야 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영향을 준다고 한다.


당장 역방쿠 네이놈의 사용을 줄이고 평평한 바닥에 자주 뉘여주었다. 힘들어해도 자주 터미타임도 시켰다. 여전히 터미타임을 하면 잘 놀지 않고 금방 짜증을 내는 쫄랑이였는데…


97일된 아침이었다. 기상한 쫄랑이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방석 위에 눕히고 맘마를 타러 부엌으로 갔다. 젖병을 준비하며 슬쩍보니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 몸을 튕기는 것이 갑자기 뒤집기를 준비하는 것 같다. “오올 그래도 남들 하는거 다 하는데~” 하며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는데 분위기가 심상찮더니 종래엔 뒤집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엔 양손을 가슴팍에 다소곳이 모으고 고개를 빳빳이 들어주는 피날레까지 완벽했다.


나를 포함한 온 집안 식구들이 쫄랑이가 뒤집기 한판으로 올림픽 금메달이라도 딴 양 감격스러워 했다.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한 건 덤이다.


역시 아이들 걱정의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대근육 발달이 느리다고 그렇게 걱정했던 쫄랑이는 되려 당근이보다 한달이나 일찍 뒤집기에 성공했다.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본인의 속도와 스타일에 맞추어 차근 차근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첫째때도 늘 느껴왔던 것임에도 왜 나는 또 같은 깨달음으로 무릎을 탁 치는 것인지. 둘째 출산으로 뇌의 일부도 같이 낳아진것 같다는 변명을 덧붙여본다.


그러고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할일의 팔할은 그저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일인 것 같다. 잊지말자. 그리고 기쁘게 행하자.


방바닥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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